덕분에 '붕어빵'식 상품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돼 소비자는 선택폭이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최근 실손보험료 인하 유도 등 정부의 노골적인 상품가격 통제 행보 때문에 신상품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금융권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4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배타적 사용권 심의를 신청한 상품은 18개였다. 벌써 지난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전체 상품 수(20개)에 육박하는 수치다. 배타적 사용권은 제도 시행 이후 2002~2015년 연평균 신청 건수가 9.5개였지만 작년(20개)과 올해(18개)는 그 수가 두 배 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신청 건수가 2.1개에 불과했던 손해보험 상품도 2016년과 2017년(상반기)에 각각 10건, 7건으로 급증했다. 가격 자율화 정책 시행으로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부분에서 자녀할인특약 등을 넣은 할인 신상품을 공격적으로 쏟아낸 덕분이다.
A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새로운 위험 보장 시 적용 가능한 보험료 인상 한도가 단계적으로 자율화됐고 이로 인해 회사들이 새로운 보장 영역을 개척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유병자나 고령자 보험은 보험사 손해율이 높았지만 당국 규제로 적정 보험료를 책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격 자율화가 확산되면서 위험에 따른 적정 보험료를 산정해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과거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던 소비자도 보장을 받게 됐고 보장 범위도 넓어져 수혜를 봤다.
최근 NH농협생명은 2012년 회사 출범 후 처음으로 배타적 사용권(6개월)을 획득한 '농사랑NH보장보험' 상품을 내놨다. 농업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5대 골절과 재해 손상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그동안 제대로 된 보험 혜택을 보지 못했던 농업인들이 반기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 제도는 2001년 12월 보험사들의 신상품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협회 내 신상품 심의위원회가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면 보험사는 3~12개월까지 독점적으로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이처럼 활발했던 신상품 개발 추세가 지난 5월 출범한 새 정부의 가격 규제 방침으로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실손보험료 인하법'을 제정해 실손보험료 인하 유도에 나선 상태다.
보험업계는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조치가 다른 금융상품으로 확대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B생보사 관계자는 "추가적인 가격 규제안이 나올 경우 보험사들은 당국 눈치를 봐야 해 신상품 개발 의지가 크게 꺾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가격 규제가 심화되면 보험사들이 신상품 개발 대신 보험 가입자 심사를 깐깐하게 하거나 보장 축소 등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진단이다.
■ <용어 설명>
▷ 배타적 사용권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