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은행에 "총 점포의 10% 이상을 줄이는 등 대규모 통폐합을 추진하는 은행에 대해 고객 이탈에 따른 유동성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건전성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행정지도 공문을 보냈다. 또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기 각각 2개월 전과 1개월 전에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알리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폐쇄 시점, 폐쇄 사유, 대체 가능한 인근 점포의 위치를 안내하도록 했다. 점포 통폐합 과정에서 고객 금융거래 서류 분실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통제 체계를 재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점포 통폐합 규모가 크고 속도가 급격하면 고객 피해뿐 아니라 은행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공문을 은행들에 보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또 최근 비대면 금융 거래 증가 등 은행권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점포 통폐합 사례가 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도 우려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은행권은 금융위의 이 같은 행정지도를 점포 통폐합을 준비하고 있는 은행권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올해 하반기 안으로 점포 101곳을 통폐합하기로 하는 등 비대면 거래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다른 은행도 영업점포를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행정지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는 금융회사에 대한 인위적인 감독 강화와 연장 영업 시행 강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의 우려가 커지자 일단 금융위는 이날 내놓은 자료를 통해 "10% 이상 점포 통폐합 시 감독 강화·연장 영업 시행 등 획일적 기준과 적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또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 점포 통폐합 방침이 지난 3월 알려진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 같은 행정지도가 나온 것은 새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라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통폐합 구조조정 방침이 알려진 게 언제인데 이제와서 금융위가 이 같은 행정지도를 내놓은 것 자체가 새 정부 방침에 휘둘리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면서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 확대로 은행권 구조조정에 열을 올리던 게 엊그제인데 씁쓸하다"고 했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금융위 행정지도 공문에 대해 "달리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지점 거래 비중이 과거 10년 동안 38%에서 5.5%로 감소하고 모바일과 인터넷 비중이 50%를 넘어섰다"며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금융권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의 점포 통폐합을 앞두고 금융위의 이 같은 정치금융발 개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씨티은행 문제를 당·정·청 회의의 주요 의제로 올려 쟁점화하고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우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