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 / 주말 견본주택 23만명 인파 ◆
3일 대출규제 실시 전 막판 분양전이 펼쳐진 지난 주말, 빗속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견본주택에는 23만3000명의 행렬이 이어졌다. 정부는 투기과열을 막겠다며 규제의 칼을 빼들었지만 끊임없이 분양 시장으로 흘러드는 내 집 마련 수요와 갈 곳 잃은 여유자금을 당장 막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예비 청약자들은 연령대에 따른 수요층 분리 현상도 나타냈다. 서울 강북 도심 용산의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에는 60~70대 자산가들이 다수 찾았고 서울 노원 월계, 강동 고덕, 경기 고양시 지축지구 등에는 실제로 들어가 살 집을 마련하겠다는 30~40대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용산구 한강로 '센트럴파크 효성 해링턴스퀘어'의 견본주택은 개관 첫날인 지난달 30일 아침부터 문을 열기 전 400여 명에 이르는 6070세대들이 줄을 섰다. 현장에는 11·3 대책 이후 한동안 서울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떴다방(불법이동식 중개업소)'도 다시 등장했다. 열기가 뜨겁자 시공사인 효성 측은 '내 집 마련 신청'(1·2순위 청약과 예비당첨자 청약 이후 남은 물량을 계약하는 것)을 받지 않기로 했다.
2일 이곳을 찾은 장 모씨(67)는 "입주 이후 웃돈이 최소한 3억원 이상 붙을 것 같아서 전매제한규제와 상관없이 지금이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 관계자는 "방문 상담객 열에 다섯은 60~70대였다"며 "주로 서울 강남·서초·용산에 살면서 여유자금을 들여 투자하거나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겠다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강남 재건축과 저울질하는 예비 청약자들도 적지 않았다. 신 모씨(65)는 "강남·반포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 물건을 사는 경우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6·19 대책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계약금 문턱을 높인 단지도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문을 연 경기도 고양시 '지축역 센트럴 푸르지오'는 통상 분양가 총액의 10%인 계약금의 수준을 20%로 높였다. 분양가 총액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전용면적 78㎡형(4억2040만원)의 경우 계약금이 8000만원 이상 필요하다. 그럼에도 견본주택에 들어가려면 2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다. 최지형 씨(35)는 "종로로 출퇴근 중인데 현재 사는 집의 전세금을 또 올려줘야 한다"며 "차라리 시세가 비교적 싸면서 직장과 가까운 은평·서대문 뉴타운이나 지축 일대로 분양받아 실거주하는 것이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축역 센트럴 푸르지오 역시 '내 집 마련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고덕주공5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의 견본주택에도 예비 청약자들이 장사진을 쳤다. 2일 이곳을 찾은 함 모씨(37)는 "강남 인근이어서 아이 교육에 유리한 데다 대단지이고 녹지 비율도 높아 실제 거주할 생각"이라며 "서울 중도금 집단 대출 이자율이 4% 선에 다다른다는데 이 단지는 중도금 무이자 조건이어서 부담감도 덜하다"고 말했다.
일반 분양분은 723가구지만 주말 사흘간 내 집 마련 신청서만 4000건 이상 접수됐다. 분양 관계자는 "30~40대 실수요가 많아 내 집 마련 신청 예치금액을 통상적인 수준(100만원 선)보다 높은 500만원으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원구 '월계역 인덕 아이파크'(월계2구역 재건축) 견본주택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출규제 시행을 앞두고 서둘러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분양시장에 대거 몰렸지만, 대출규제가 본격화한 이후 이 같은 열기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현수 부동산114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서울·경기·부산 등 청약 열기가 높은 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공급이 부족한 서울 등 재건축·재개발 단지 쏠림과 비인기 지역 간 청약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서울은 주택보급률이 100%에 도달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대책으로 인해 투기 등 가수요가 이탈하더라도 실수요는 여전히 몰릴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집단 대출금 규제까지 더해지면 입주 시까지 분양대금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만 청약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