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금리 시대에 서민 재산을 증식하겠다"며 도입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ISA는 한 계좌에서 펀드와 파생결합증권, 예·적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한 뒤, 얻은 순이익을 기준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첫 선보인 ISA의 가입자는 첫 달 100만명 이상 가입한 이후 매달 신규 가입자가 감소하더니 지난해 12월께부터는 기존 가입자 이탈현상으로 올해 4월 말 현재 ISA의 총 가입계좌는 230만개이고 총잔고는 3조8437억원에 그치고 있다.
신규 고객은 줄고, 기존 고객은 이탈하는 현상은 예·적금을 투자 대상에 포함하면서 실제 투자 잔액 중 절반이 넘는 56%정도가 예·적금으로 집중됐고, 주가연계증권(ELS)과 채권형펀드 등 중위험 상품까지 포함하면 93%가 안전자산에 쏠리면서 수익률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ISA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경우 효율적 자산 증식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 대상을 주식과 펀드로만 한정했다.
고객이 금융회사에 주는 '이중 수수료'도 수익률 악화에 한 몫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이 ISA 계좌에서 펀드를 사면 펀드수수료와 ISA 운용수수료를 이중으로 부담해야 한다"면서 "평균 수익률이 1~2%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이중으로 내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ISA는 3년(서민형)~5년(일반형)동안 1억원을 저축하도록 가입한도를 정해 놓은 상태에서 비과세 혜택은 고작 1년치 금융소득만 주고 있어, 비과세 상품이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 개선과 함께 비과세 한도를 일반형 기준으로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각에선 ISA에 대한 안전자산 쏠림화를 막으려면 한시적으로 예금 투자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 ISA는 5년간 일반형은 200만원, 서민형 250만원 한도에서 투자수익에 대해 세금을 면제한다. 초과분에 대해선 9.9% 분리과세를 한다. 이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1년 40만원 수준의 비과세 한도에 불과하다. 비슷한 시점에 선보인 해외펀드는 1인당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에 비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SA를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제지원을 통합·단순화함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SA는 사실상 성장이 멈춘 상황으로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8년 말 가입기한 종료까지 가입자 증가 없이 과거의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처럼 시효를 다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ISA는 일몰돼야 할 단순한 정책상품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진화하고 성장시켜야 할 금융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ISA의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맞춤성(목적성) 강화를 통해 저축동기를 실질적으로 자극하고, 저축에서 투자로 저축상품 다변화를 유도하는 '자산관리' 개념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목적성 ISA로 학자금 ISA와 생애첫주택, 자산관리를 포함한 엔젤투자 ISA 등이 필요하고 가능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당국은 "ISA는 세제혜택과 투자자 선택권, 자산관리 효율성 측면에서 현존하는 가장 유용한 재산증식 수단"이라면서 "향후
새로운 모습으로 나올 '두번째 ISA'에 대한 윤곽은 오는 9월 정기국회 이후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비과세 혜택 조정이 세입·세출에 영향을 주는 만큼 새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함께 논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