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미 장관 '투기와의 전쟁' 선포…부동산 정책 어디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 권익 신장을 위한 정책은 바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제도를 도입하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손질해야 하는데 이 법의 주무부처가 국토부가 아닌 법무부였던 탓에 국토부 관료들이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문제점을 알고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의 소관부처를 법무부에서 국토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최근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국토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수 성향 야당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워낙 강해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국지적 과열 현상이 지속된다면 6·19 부동산 대책보다 더욱 강력한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1순위로 거론되는 것이 6·19 대책에 포함될 뻔했다가 빠진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최대 5년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까지 내려간다. 게다가 재건축조합원 지위의 양도가 금지되기 때문에 재건축 시장에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규제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김 장관의 강경 발언이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판단이라며 우려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분명히 실수요자도 존재하는데 수요만 계속 죈다면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게 되고 무주택 서민의 고통만 커질 수 있다"며 "공급 부족에 대한 고민 없이 투기를 잡는 데만 정책의 초점을 두는 접근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투기세력 때문에 가격이 좀 더 빨리 오를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집값이 오를 곳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오른다는 건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므로 근원적 대책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의 올해 입주 물량은 2만6331가구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인 3만2364가구보다 19% 감소했다. 내년 입주 예정 물량도 3만3999가구로 역대 최대였던 2008년(5만5647가구)보다 훨씬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의 주택보급률(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수치)은 96%로 전국(102.3%)에서 가장 낮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서울에 한해서만큼은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다.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택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7.2%(518만가구)에서 2035년 34.6%(763만5000가구)로 약 245만가구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인구는 5300만명으로 200만명 증가한다. 고종완 원장은 "투기수요가 있는 강남만 오른 게 아니라 서울 전체적으로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은 공급 부족과 실수요가 맞물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6·19 대책도 발표 전 강력한 구두 개입을 했다가 실제 대책은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내놓은 것처럼 지난 정권에 비해 강력한 규제가 나오겠지만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취임 일성은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참여정부와 닮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부동산 과열이 지속되자 수요 억제책, 금융 규제, 보유세 강화 등 도입 가능한 거의 모든 부동산 규제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쏠림현상을 낳았고 집권 기간 내내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문재인정부가 6·19 부동산 대책을 시장 예상보다 약한 수준으로 확정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담긴 것이었다.
한편 다주택자 거래를 모두 투기로 단정 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부족한 공공임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민간임대를 장려해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