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전 장하성 실장과 협업…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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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우리나라에 기업지배구조펀드를 처음 들여와 돌풍을 일으켰던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 실태를 10년 전과 비교해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이제는 한 단계 진화된 형태의 지배구조펀드를 만들어보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존리 대표는 2005년 미국계 투자회사 라자드운용으로 옮기면서 수년 동안 구상만 해오던 한국지배구조펀드(KCGF)를 실천에 옮겼다. 우리나라에 대주주 능력 부족이나 경영진의 불성실한 의도 때문에 저평가된 기업이 너무 많았는데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회사가치를 끌어올리고 싶다는 의지였다. 존리 대표는 그때부터 1300억원 상당의 펀드를 조성해 대한화섬·태광산업·크라운제과 등 당시 지배구조가 낙후된 한국 기업의 주식을 5%씩 사들였다. 펀드가 매수할 종목에 대한 컨설팅은 현 청와대 정책실장인 당시 장하성 고려대 교수에게 맡겼다. 존리 대표가 IMF 직후 코리아펀드를 운용할 때 당시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액주주 운동을 펼치던 장하성 교수와 만났고 그 인연이 기업지배구조펀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존리 대표는 "대주주가 개인적으로 사업체를 가지고 회사와 거래함으로써 일반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지금은 '일감 몰아주기'라며 규제하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이 다반사였다"며 "기업설명회(IR)도 활성화돼 있지 않아 소액주주의 권익을 훼손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그가 요즘 구상 중인 게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주주관여)펀드'다. 존리 대표는 "지배구조펀드 시절 말이 안 통하는 대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회사와 법정 분쟁까지 하는 등 너무 힘들었다"며 "지금은 한국 기업들도 좋은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기관투자가와의 적극적인 대화와 관여를 통해 주주
■ <용어 설명>
▷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주주관여) 펀드 : 기관투자가들이 기업 대주주와 함께 투자 기업의 쟁점 경영 사안을 논의하면서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행동주의펀드의 한 단계 진화된 형태.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