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김경택 기자] |
2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99포인트(0.50%) 오른 2207.84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수가 22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2011년 5월 3일(2200.73) 이후 약 6년만이다. 이날 5.52포인트 상승, 2200선 위쪽에서 출발한 지수는 장 초반부터 개인 중심의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졌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우호적인 매수세를 내보이면서 오후 3시 10분께에는 2210선까지 오르는 등 사상 최고치 경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 2011년 5월 2일 세웠던 2228.96으로, 코스피는 이제 고지까지 약 20포인트만을 남겨두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2008년 리먼 사태에 크게 조정을 받은 이후 꾸준히 오르며 지난 2011년 2200선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이후 지난 6년간 박스권에 갇히며 지루한 흐름을 지속, '박스피'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지난 2015년 2200선에 근접한 2189.54포인트(4월 24일)까지 올라선 적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미국 금리 인상 우려 확대 등 악재에 미끄러졌다.
다만 최근의 흐름은 사뭇 다르다. 글로벌 경기 개선을 바탕으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지수가 꾸준히 오르면서 국내 증시에도 그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대세 상승장'으로 여겨지던 수준의 급등세는 아니지만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및 1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에 근접, 연일 긍정적인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지수가 추가 상승해 조만간 최고치를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뚜렷하게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리스크가 줄었고 프랑스 대선 등 정치적인 우려 역시 완화 국면에 진입하며 외국인의 우호적인 수급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요 증권사 센터장들은 코스피가 최고치마저 돌파해 2350선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3분기 말에는 코스피가 2350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인데 환율 흐름에 따라 선진국으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다시 한국과 대만 등 신흥국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실적 역시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센터장은 "지난해 상장기업 영업이익이 95조원이었지만 올해 시장 기대치는 130조원"이라면서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로 거론돼온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대북 리스크, 낮은 배당 등도 해소되는 추세여서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역시 코스피가 2350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본부장은 "우선 지정학적 위험이 많이 해소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한동안 꺾였는데, 최근 글로벌 수출 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나며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사라졌다"면서 "실적의 경우 삼성전자가 특히 좋았지만 그외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상향되고 있어 이제는 주가에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2250선까지는 무난히 상승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 강화, 달러 약세, 국내 기업실적 개선 등 증시에 우호적인 요소들이 많다는 판단이다. 구 센터장은 다만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 정부의 정책들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지난 5년간 코스피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달러의 강세였다"면서도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핵심이 약달러 기조로 가면서 외국인들이 비달러 자산에 투자하게 돼 지수가 2350까지 가는 데는 걸림돌이 없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우호적인 수급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코스피의 최고치 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의 투자패턴을 감안할 때 추세적인 유입 여부는 아직 자신하기 어렵다"며 "유럽계 자금은 단기 투자 성격이 강하고 유로화 환율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프랑스 2차 투표(내달 7일), 영국 조기총선(내달 8일) 등 남아있는 정치 이벤트가 환율 변동성을 자극할 경우 외국인 수급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당수의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코스피가 호조를 보이면서 증권업종이 2% 넘게 올랐고 운송장비, 기계, 은행, 화학, 유통업, 건설업, 제조업, 운수창고 등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통신업, 의약품, 음식료품, 의료정밀 등은 부진했다.
매매주체별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932억원, 868억원 매수 우위를 보인 반면 개인은 3735억원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913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역시 대체로 양호했다. 특히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가 4% 넘게 뛰었다. 실적이 썩 좋진 않았지만 '최악은 지났다'는 시장의 평가가 매수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외 SK하이닉스가 2% 넘게 뒤었고 삼성전자, 한국전력, 삼성물산, POSC
이날 코스피시장에는 상한가를 기록한 아비스타를 포함해 531개 종목이 올랐고 257개 종목은 내렸다. 하한가 종목은 없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2.54포인트(0.40%) 오른 635.11에 거래를 마쳤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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