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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대출 규제로 최근 중도금 대출이 미뤄진 경기도 안산시 `초지역 메이저타운 푸르지오` 견본주택의 지난해 10월 청약 직전 주말 풍경. [매경DB] |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금융권 대출 조이기 여파는 1차 중도금 납부 시점이 도래하는 단지들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다. 저축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마저 잇달아 집단대출을 중단하면서 상황은 더욱 여의치 않다. 조기 완판된 인기 단지마저 중도금 집단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이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파트 1차 중도금 납입일이 다가온 전국 247개 사업장 가운데 36곳(14.7%)이 중도금대출 금융사를 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산에서 분양한 '초지역 메이저타운 푸르지오'는 이달 11일 예정된 1차 중도금 납부일이 연기됐다. 1순위 청약 당시 평균 경쟁률 19.5대1(최고 135.6대1)을 기록하고 나흘 만에 완판된 인기 단지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의왕시에서 분양한 '의왕 장안지구 푸르지오'도 4일 만에 계약을 마칠 정도로 인기였지만 처음 제시한 중도금 1차 납부 일정(2월 24일)을 못 맞췄다. 지난달 말이 돼서야 동부화재보험으로부터 4.3% 금리로 집단대출을 받게 됐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형(기준층 5층 이상) 분양가는 5억5630만~6억930만원 선이다. 지난해 말 제1금융권 36곳의 평균 중도금 대출금리는 3.9%였다. 5억5630만원에 분양받은 계약자가 중도금 60%(3억3378만원)를 모두 대출받는다면, 3.9% 적용 시 이자비용은 연간 1301만7420원인 반면 4.3% 이자율을 적용하면 1435만2540원이다. 가구당 연간 130만원이 넘는 돈을 더 부담하는 셈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아직 전매제한기간이어서 시세를 말할 수는 없지만 이자율이 생각보다 높아지면서 계약자들이 분양권 웃돈을 낮추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분양한 '장유 율하2지구 원메이저'도 비슷한 사례다. 이 아파트 중도금은 새마을금고가 3.9% 금리로 대출해준다. 그러자 중도금 1차 납부를 앞둔 지난해 11월 계약자 100여 명은 "분양 당시 안내받았던 중도금 대출 은행(제1금융권)과 금리(3.0~3.5%)가 아무런 설명 없이 바뀌면서 비용 부담이 늘었다"고 반발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현 상황은 계약자가 중도금 이자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를 가졌다가 향후 금리가 높아지면 추가 비용까지 떠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가 강해지면서 최근 시행사들은 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중도금대출 은행이나 금리를 명기하지 않고 견본주택 현장 상담을 통해 안내하는 추세다. 동시에 '정책 및 대출상품의 종류, 개인의 사정 등으로 대출이 불가할 수도 있다'는 단서조항을 공고문에 넣어 법적 책임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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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분양은 사인 간 계약이므로 법률로 규정할 부분은 아니다"며 "실제 심각한 실수요자 피해 여부는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끝내 집단대출이 거절된다면 계약자들은 개인적으로 알아서 중도금을 마련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계약금(분양대금의 10%)을 포기하고 계약을 철회할 수도 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수록 계약 포기 가능성은 커진다. 계약 포기가 속출하면 시행사 대상 집단소송이 불거질 수도 있다. 시행사나 시공사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업자도 납부기일을 늦추거나 중도금 비중을 줄이는 식으로 계약 유지에 애쓰는 것이 관행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중도금 납부일이 연기되면 시행사에서 1차적으로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시공사도 공사대금을 늦게 받게 돼 연쇄적으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대형사 관계자도 "대출은행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거나 나중에 계약자들이 금리에 대해 불만을 표하면 건설사 입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만 나빠진다"며 "인기 사업장의 경우 은행들이 금융당국 눈치를 보다가 어느 한 곳에서 대출해주면 다른 곳들도 나서는 식"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순우 기자 /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