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원조 개발사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모바일 버전 '리니지M' 기대감으로 주가가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다음달 상장을 앞둔 넷마블게임즈도 리니지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빌려 만든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대박 랠리를 펼치면서 상장 후 주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리니지로 대박을 친 두 회사는 상호 지분을 각각 약 8%씩 보유하고 있어 전략적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향후 주식시장에서는 게임 대장주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주 장중 한때 주당 36만5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 랠리를 펼쳤다. 2011년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기록(38만60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출시를 앞둔 '리니지M' 기대감이 주가 랠리 배경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2일부터 이 게임 사전예약을 받았는데 예약자 100만명이 몰리기까지 8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역대 최단시간 1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그 여파로 12일 주가가 전일 대비 5.6%에 오른 데 이어 13일에도 6.2% 상승하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예약 접수 3일째인 14일에는 신청자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4일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7조8177억원에 마감해 올해 들어서만 시가총액이 44%나 증가했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당초 예상보다 리니지M에 몰린 기대감이 더 뜨거웠다"며 "게임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주가에 쏠리는 관심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주 시총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엔씨소프트는 조만간 선두 자리를 넷마블게임즈에 내줄 전망이다. 다음달 12일 증시 상장 예정인 넷마블게임즈 첫 거래일 예상 시총은 10조4000억~13조5000억원에 달한다. 공모가 하단을 기준으로 잡아도 14일 기준 엔씨소프트 시총을 훌쩍 웃돈다. 이는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영업이익 덕분이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3000억원이 채 되지 않았던 넷마블게임즈 영업이익은 올해 1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1년 만에 이익이 3배 넘게 증가하며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이익이 늘어난 결정적 배경은 넷마블게임즈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이다. 이 게임은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2000억원을 찍고, 3개월 만에 누적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넷마블게임즈 전체 매출이 1조5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게임 하나로 한 해 매출의 '3분의 1'을 석 달 만에 벌어들인 것이다. 결국 게임주 1·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 모두 '리니지' 흥행에 힘입어 공모가와 주가가 오르는 선순환 구도를 만든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두 회사가 펼치는 인수·합병(M&A) 경쟁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리니지 맞대결' 구도로 펼쳐진 양사 경쟁의 축이 M&A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다.
넷마블게임즈는 2015년 7월 미국 캐주얼 게임회사인 SGN 지분 60%를 15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모바일 게임업체 카밤의 밴쿠버 스튜디오 지분 100%를 약 9000억원에 사들였다. 상장 이후 확보한 자금 상당수를 추가 M&A에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그간 M&A에 소극적이었던 엔씨소프트 역시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기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1
부채 비율이 24.5%에 불과하다. 언제든 M&A시장에서 큰손으로 활약할 만한 현금 보따리를 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엔씨소프트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지분 일부를 정리하면서 김택진 대표가 다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자 향후 M&A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문일호 기자 /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