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 대표는 "콜센터 직원들이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지 몰랐다"며 "직접 체험을 한 후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칠게 불만을 이야기하는 고객에게 '내가 사장이다. 죄송하다'고 말하니 다소 누그러지더라"고 당시 식은땀을 흘린 체험을 소개했다.
서 사장이 굳이 콜센터 상담원 역할까지 맡은 것은 '균형전략 5대5'라는 그의 경영전략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서 사장은 "현재 지역 농·축협 지점에서 이뤄진 보험 계약이 전체의 61%, 농촌 등 지방 고객은 70%에 달할 만큼 포트폴리오가 한쪽에 쏠려 있다"며 "임기 내에 텔레마케팅(TM)과 설계사 등 신채널 영업과 대도시 고객군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키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올해 농협에 몸담은 지 31년차인 '정통 농협맨'이다. 195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1980년 농협대를 졸업하고,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전남 여천군(현 여수시)의 영업점 창구에서 고객을 만나는 평사원부터 시작해 광주지역본부 부본부장, NH농협은행 공공금융부 부장, 부행장 등을 두루 지냈다.
푸근한 시골 아저씨 같은 인상의 그를 두고 직원들이 붙여준 별명은 '하하맨'이다. 여기에는 평소 호탕하게 웃는다는 것뿐 아니라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직원들에게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서 사장은 "처음에 생명 사장으로 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보험을 잘 모르는데 어떡하나'라는 걱정 때문에 힘들었다"며 "그래도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이제는 밖에서도 어엿한 보험사 사장으로 봐주는 것 같다"고 웃었다.
농협생명은 지금까지 전국 4000곳이 넘는 농·축협은행 지점의 방카슈랑스 영업에 주력해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방에 사는 고령층 농·축협 조합원들이 주요 고객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안정적인 영업은 가능하지만, 현상 유지가 아닌 성장을 위해서라면 외연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서 사장의 설명이다.
서 사장은 "2021년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과도한 저축성보험 계약은 곧 부채 규모를 늘리는 불안 요소가 된다"며 "보장성보험 비중을 저축성 수준인 50%로 끌어올리기 위한 영업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 사장 취임 후 농협생명은 보장성보험 신상품만 출시하고 있다.
최근 화두인 '인슈테크'(보험+핀테크) 도입에도 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 농협생명 사장 취임 직전 농협은행 영업추진본부장을 맡아 은행의 핀테크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쌓은 노하우를 생명에서도 십분 발휘할 계획이다.
서 사장은 "최근 KT와 맺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연구개발협약을 발판 삼아 고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온라인 보험 출시 같은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 사장은 "자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농가 중심의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농촌 고객을 유지하는 동시에 다른 고객군을 키우는 전략으로 농협생명을 '자산 100조원' 보험사로 키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생보사 중 자산 규모 61조원으로 4위인 농협생명 순위는 3위로 올라설 수 있다.
■ 서기봉 사장은
△1959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