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200기업 주주환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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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매일경제와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코스피2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지난해 9조518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8조6150억원)에 비해 10%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2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조8100억원으로, 2015년(3조6000억원) 대비 오히려 50%나 감소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를 전년 대비 54%나 늘리면서 주식시장에서 약 7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는 코스피200 전체 자사주 매입의 81%에 달하는 수치다.
코스피200 기업의 현금배당 규모도 지난해 총 19조4000억원에 달해 2015년(17조9270억원) 대비 8%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삼성전자의 현금배당 4조원을 제외하면 코스피200 기업의 지난해 현금배당 규모는 15조4080억원으로 줄어든다.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에 그친 것이다. 삼성전자 한 종목의 배당금이 코스피200 전체 배당금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컸던 탓이다.
업종별 배당을 살펴보면 글로벌 경기 개선으로 실적이 좋아졌던 화학·정유·제철·은행 업종의 배당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2015년 창사 이래 최대 배당금을 풀었던 한국전력의 배당금이 줄고 제약업종도 배당 규모를 줄이면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체 코스피200 기업의 배당 규모는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200 대형주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금을 유보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배당을 크게 늘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미국계 헤지펀드의 주주제안을 받으면서 배당금을 획기적으로 늘려놓은 것이다.
통상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합쳐서 총주주수익(TSR·Total Shareholder Return)이라고 부르는데 이 계산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의 TSR는 전년보다 9%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전년 대비 -7%로 바뀐다.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코스피200에 속한 대형주에 투자하고 있다 하더라도 지난해 주주몫으로 별로 재미를 못 봤다는 의미다. 특히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반쪽짜리 주주환원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자사주를 사들이고도 이를 소각하지 않아서 주주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 중 자사주 매입이 많았던 삼성전자(7조7000억원)·코웨이(980억원)·두산(280억원) 등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거치면서 유통주식 수를 줄여줬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와 달랐다. 삼성물산(6760억원), 네이버(3040억원), 삼성SDI(2410억원), 엔씨소프트(1440억원) 등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들도 매입 후 소각이 없어 실제 주주환원 효과는 미미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투자자들에게는 주가 상승 신호로 이해된다. 이렇게 사들인 주식을 다시 소각함으로써 주주가치를 높여주는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그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낮은 배당수익률은 근원적인 문제인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배당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