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에서 걷어들이는 이익규모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지난해 영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두드러진 시장 철수 이슈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해 있는 37개 외국은행 한국지점들이 지난해 80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에 올린 1조1926억원의 당기순이익 대비 33% 급감한 수치다. 당기순이익 1~5위권 은행 모두 전년 대비 실적이 악화됐다. JP모건체이스의 지난해 순이익은 1642억원으로 전년(1943억원)에 비해 11% 감소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 순이익도 동기간 1379억원에서 1226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년에 1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내썬 미쓰비시도쿄UFJ은행(974억원)과 미즈호은행(843억원) 순이익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중국공상은행 당기순이익은 492억원으로 전년(940억)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총자산도 소폭 줄었다. 37개 외국은행 한국지점의 실질총자산은 2015년 270조원에서 지난해 265조원으로 떨어졌다. 오승원 금융감독원 특수은행국 국장은 "실적이 별로 좋지 않은 본점에서 조달하는 내부금리가 오르고 자산 운용수익률도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외국은행 한국지점들의 마진이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계 은행들은 과거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해 중국에서 운용해 높은 수익을 올려왔지만 중국 경기 둔화로 위안화 자금운용시장이 축소되면서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눈 설명이다.
갈수록 국내시장에서 올리는 이익규모가 줄어들면서 외국계 은행 철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인터내셔날은행(영국), 바클레이스은행(영국), RBS피엘씨은행(영국), BBVA은행(스페인), UBS(스위스)가 국내시장에서 철수했거나 철수작업을 진행중이다. 국내시장 수익성이 둔화되는데다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은행 자본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럽계 은행 이탈은 바젤III 관련 자본규제와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제 강화로 모(母)은행의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진 게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외국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업체들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금융위원회는 로펌, 금융감독원,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외국계 금융회사 비즈니스 애로해소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외국은행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한가지 위안거리는 유럽계 은행 철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과 아시아계 은행을 중심으로 국내에 새롭게 진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인도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느가라 은행, 중국광대은행이 서울지점을 열었다. 올해 들어선 지난 2월 미국 3대 신탁은행 중 하나인 노던트러스트가 서울지점을 개점했다. 중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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