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펀드 100조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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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투자 자산의 3분의 2를 신흥국에 '몰빵' 투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 재산 증식 차원에서 해외투자 확대가 바람직하지만 특정 국가가 아닌 다양한 자산과 지역에 분산투자하는 게 투자 위험을 낮추고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29일 매일경제신문이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2007년도 1차 해외펀드 열풍 당시 투자자금 유입액이 가장 큰 상위 10개 펀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7일 집계 기준 10개 펀드가 모두 중국이나 브릭스 등 신흥국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해외펀드는 '슈로더브릭스' 펀드로 2007년 한 해 동안 무려 6조4887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브릭스 펀드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 4개국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어 '신한BNPP봉쥬르차이나' 펀드와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1' 펀드에도 각각 1년 동안 3조7166억원, 3조384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려들었다. 상위 10개 펀드에 몰린 투자자금만 23조9117억원에 달한다. 2007년 공모형 해외펀드 신규 투자액은 총 45조원인데 이 가운데 90%에 육박하는 40조원이 신흥국에 몰렸다.
문제는 10년 전 신흥국에 쏠렸던 펀드들의 장기 수익률이 양호하지 않다는 점이다. 당시 투자자금이 가장 많이 몰렸던 이들 펀드의 평균 10년 수익률은 11.0%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 예금금리(신한은행 정기예금 단리 기준 35.6%)와 비교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한BNPP봉쥬르브릭스플러스' 펀드와 '신한BNPP봉쥬르중남미플러스' 펀드의 경우엔 10년 수익률이 각각 -19.0%와 -26.2%로 오히려 손실을 기록했다. 10년 전 만약 미국 대표 펀드인 '피델리티미국' 펀드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35.0%로 금융위기가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예금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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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유형별로 따져봐도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는 전체 해외펀드 가운데 10%에 불과하다. 주식형이 56.7%, 채권형이 20.8%로 개별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최근 기관투자가와 고액 자산가들은 사모펀드를 활용해 부동산·인프라·헤지펀드 등으로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해외채권 확대에 쏠리고 있어 미국발 글로벌 금리 인상 국면에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해외펀드 100조원 가운데 사모펀드가 62조6056억원, 공모펀드가 37조5328억원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투자 지역을 분산하는 것이 투자 손실 위험을 줄이는 방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선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가 권유하는 인기 펀드에 '묻지마 투자'를 하기보다는 개인의 투자 성향과 포트폴리오에 맞춰 투자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보통 개인투자자들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 특정 펀드가 인기라고 하면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해외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투자 관심도가 최고조에 달한 시장에선 빠지고, 향후 유망 투자처로 기대되는 시장으로 먼저 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황 사장은 "시장 상황에 맞게 여러 지역으로 분산투자하는 자세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역시 "해외 투자의 경우 자신을 유학 보내듯 시장 상황이나 펀드 구조, 그간 펀드 수익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꼼꼼히 따져보면서 투자자 스스로 펀드 투자 사전 지식을 쌓아야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원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