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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임시회의를 열어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조직적으로 방조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12개월간 업무정지 제재 조치를 결정했다. 증선위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회사에 대해서도 1년간 감사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5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이 같은 제재 방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날 의결되면 업무정지 기간은 의결일인 4월 5일부터 내년 4월 4일까지다.
증선위 관계자는 "안진회계법인의 대우조선해양 감사팀 담당 파트너와 부대표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알았음에도 묵인했다"며 "6년간 감사 품질관리 시스템도 적절히 작동하지 않아 부실감사가 자체적으로 전혀 시정되지 않고 지속됐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딜로이트안진이 올 들어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3년차 상장회사와 재계약을 완료한 건에 대해서도 업무정지 조치를 사실상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딜로이트안진이 제재가 최종 결정되기 전 서둘러 계약을 체결해 제재를 피해갈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딜로이트안진이 감사를 맡고 있는 총 1068곳의 기업 중 상장사는 223곳이다. 상장사의 감사계약은 3년 단위로 이뤄져 올해 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하는 상장사는 80곳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기아차, KT, 현대건설, 현대위아 등 20여 곳이 이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선위 관계자는 "조치일로부터 감사 업무를 할 수 없다"며 "올해 계약한 회사들에 대해선 감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진 측은 감사지정 기업과 비상장 금융회사에 대한 조치까지 감안하면 매출액 기준으로는 300억원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 2015년 매출액 규모인 3006억원의 10% 수준이다.
존폐 기로에 섰던 딜로이트안진은 상장사에 대해서만 업무정지가 결정되면서 일단 법인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제재로 기존 감사계약을 맺고 있는 기업들 중 감사인 교체를 원하는 기업은 이달 말까지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회계법인과 감사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추가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증선위는 업무정지 범위에 비상장사까지 포함시킬 것인지를 두고 막판까지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장사는 감사 계약이 1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제재에 비상장사까지 포함됐다면 딜로이트안진은 845개 비상장사에 대한 계약을 전부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의 조치로 사실상 등록취소나 다름없다.
회계업계에서는 증선위가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해서 최고 단계의 징계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계열사 감사를 글로벌 회계법인 한곳으로 통합해 관리하는데 딜로이트안진이 공중분해되면 딜로이트의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 등의 국내 계열사 감사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
딜로이트안진은 "증선위 발표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당국의 규제 절차를 존중한다"며 "딜로이트 글로벌은 안진회계법인을 지속적으로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징계로 회계법인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이미지 개선을 기대했지만 솜방망이 징계로 인식되면 오히려 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전경운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