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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정책금융상품을 포함한 모든 상품을 총량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면서 일부 저축은행이 수익성이 낮은 정책금융상품 취급부터 축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1금융권 저리 대출을 이용하기 힘든 저소득자·저신용자 등 취약가구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정책금융상품까지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2금융권의 고금리 신용대출상품이나 살인 금리를 물리는 불법 사금융 업체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한 정부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가 서민층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상위 15개 저축은행 대표를 불러 지난해 대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묶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정책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총량 규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저축은행은 사잇돌과 햇살론 상품 취급액을 줄일 방침을 세웠다. 아직 방침을 세우지 않은 저축은행에서도 사잇돌과 햇살론 대출 규모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 대출 총량을 규제할 경우 불가피하게 수익성이 낮은 상품의 취급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은 수익성보다는 저소득·저신용자의 신용 경색 해소라는 차원에서 취급하는 상품"이라며 "구분 없이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이라면 수익성이 적은 상품 취급액부터 먼저 줄이는 곳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조달금리 상승, 최고 금리 인하 가능성, 건전성 분류 기준 강화에 따른 충당금 부담 증가 등으로 저축은행 수익성 기반이 줄어든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업체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책금융상품들은 정부 유관기관이 보증해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다른 대출에 비해 안전하지만 보증 수수료가 있어 다른 상품보다 마진이 적다. 사잇돌 대출을 위해 저축은행은 보증사인 서울보증보험에 통상 5% 정도의 보증료를 지급한다. 햇살론 보증료는 1% 이하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사잇돌과 햇살론 등 보증부 대출 취급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2조5300억원을 기록해 전체 대출금(41조1800억원)의 6%에 불과했다. 반면 신용대출 규모는 12조4100억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30%였다.
비교적 낮은 문턱과 금리로 서민층 대출 부담을 낮춰준 햇살론과 사잇돌 대출이 축소되면서 대출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 햇살론은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거나 신용 6등급 이하인 저소득·저신용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10% 이하의 금리로 최장 5년간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저축은행의 표준 사잇돌2 대출을 이용하면 연소득 1500만원 이상인 신용 1~8등급 근로자가 15% 내외의 금리로 2000만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권 신용대출 금리가 모두 20%대임을 고려하면 정책금융상품 이용이 제한되면서 대출금리가 10%포인트 이상 높아질
손상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만기가 짧은 고금리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대출 총량을 제한하면 수익이 적은 정책금융상품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며 "막무가내식 총량 규제보다는 정책금융상품과 일반 신용대출상품을 나누는 등 좀 더 촘촘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