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아모레 등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이 일부 이사·감사 선임안에 대한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도한 겸직이나 특수관계에 있는 임원 선임에 대한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모두 원안대로 승인됐다.
GS그룹 계열사 GS홈쇼핑은 서스틴베스트로부터 2건의 이사 선임안에 반대의사를 권고받았으나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변화는 없었다.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GS홈쇼핑 사내이사 후보(이사회 추천) 유경수 씨는 현재 GS텔레서비스·왓슨스코리아 등 6개 계열사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다. 총 7개 계열사 이사를 겸임할 경우 이사로서의 의무에 충실하기 어려운 상태다.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후보인 정찬수 씨도 GS칼텍스 감사·GS에너지 감사·지에스엔텍 이사 등 5개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어 반대를 받았지만 두 후보 모두 선임됐다.
반대권고가 많았던 아모레퍼시픽 그룹도 이날 주총을 열고 원안대로 임원 선임안을 진행시켰다. 아모레G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후보 신동엽씨는 지난 3년간 이미 해당 업무를 맡아왔고 지난 2009년부터 4년간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 태평양제약 비상근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간의 회사 및 특수관계 법인 임직원 경력 때문에 독립적인 직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회사 측은 귀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다.
감사에 재선임된 아모레퍼시픽 김성수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과 관련해 당시 감사위원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문기관의 반대를 받은 바 있다. 그는 불법적인 자금 출연 방지는 물론 사후 회사 감사위원회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조사 요청 및 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독립성 훼손 우려를 나타낸 광동제약은 2002년부터 상근 감사직을 맡아 온 한국공인회계사회 출신 최춘식씨를 다시 한번 재선임했다. 이번 재선임으로 최 씨는 광동제약에서만 18년의 감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 10일에는 대한유화도 감사 6년, 사외이사 6년을 지낸 최용석 씨를 올해 주총에서 감사로 재선임했으며, 포스코도 주총에서 의결권자문기관이 반대한 김신배 사외이사와 정문기 감사 선임안을 통과
이왕겸 서스틴베스트 리서치본부장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이사회 안건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탓"이라며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기관투자자들의 책임 투자 관행이 정착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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