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0가구에 달하는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가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한다. 추진위원회도 설립하지 않고 곧장 신탁 방식을 추진하는 첫 번째 사례이고 신탁 방식을 추진하는 아파트 중 가구 수 기준 역대 최대 규모여서 눈길을 끈다.
고종옥 성산시영아파트 재건축 소유주 모임 위원은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소유주가 워낙 많아 비용 분담이 쉽지 않다보니 신탁 방식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분양 전까지 필요한 제반 사업비용을 신탁사로부터 조달 가능해 이를 적극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신탁사들도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대는 것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긍정적이다.
성산시영은 오는 23일 조합방식과 신탁방식을 비교하는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소유주 투표로 선정된 신탁사가 75%의 소유주와 개별계약을 맺으면 이후 재건축 과정을 신탁사가 진행하게 된다. 물론 신탁사가 75%의 소유주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신탁 방식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을수도 있다.
성산시영아파트는 1986년 준공돼 지난해 재건축 연한을 충족했다. 작년 11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오는 7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동안 연내에 관리처분 신청까지 마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유예받기 위해, 혹은 조합 설립에 난항을 겪어 어쩔 수 없이 신탁 방식을 찾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처럼 추진위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신탁 방식을 추진한 사례는 처음이다.
성산시영아파트는 최고 14층, 33개 동으로 용적률은 145% 정도다. 기부채납까지 이뤄지면 용적률을 2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강북권에선 같은 해 준공된 노원구 월계시영(3930가구)과 함께 사업성이 가장 높은 재건축 대단지로 꼽힌다.
재건축될 경우 15층 이상에서는 한강 조망도 가능하다.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과 월드컵경기장역이 단지 바로 앞에 있고 월드컵경기장·월드컵공원·홈플러스·CGV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가깝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작년 2월의 경우 3층 이상 전용면적 50㎡가 3억8200만~3억8750만원 선에서 계약됐으나 1년 뒤인 지난달 4억~4억3800만원에 실거래가가 신고됐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