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투자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보수 인하에 나서면서 운용사들간에 수수료 인하 전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거래비용을 낮추려는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운용사들이 저마다 '최저 수수료' 전략을 펼치고 나선 까닭이다.
10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자사 대표 ETF인 'KOSEF 200 ETF'의 총보수를 연 0.15%에서 연 0.13%로 0.02%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ETF’의 총보수(0.05%) 보다는 높지만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ETF’의 총보수(0.15%) 보다는 낮다. 0.01%포인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자들의 최근 성향을 감안해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내린 것이다. 박제우 키움투자자산운용 ETF팀장은 "고객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효율성을 검토한 결과 총보수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TF는 값싼 수수료와 거래 편의성 등에 힘입어 저금리 시대 가장 효율적인 투자 상품으로 부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ETF 순자산 규모는 총 25조1018억원으로 2015년 21조6300억원에 비해 약 16.1%(3조4718억원 ) 늘었다. 이는 지난 2002년 시장이 만들어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신규 상장된 ETF 종목 수도 66개로 역대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ETF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을 유치하려는 운용사들간 수수료 인하 경쟁도 따라 치열해지고 있다. 유례없는 저금리와 투자 수익률 악화에 지친 투자자들이 0.01%의 수수료율 차이까지 꼼꼼하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인만큼 펀드 간 성과 차이가 크지 않아 저렴한 보수가 장기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작은 작년 상반기다. ETF 시장 선두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코스피 200 ETF를 놓고 한 차례 수수료율 인하 경쟁을 벌였다. 삼성자산운용이 먼저 KODEX 200 ETF 총보수를 0.26%에서 0.15%로 내리자 한 달 만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200 ETF 총보수를 0.09%에서 국내 최저인 연 0.05%까지 대폭 인하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 하반기 레버리지·인버스 ETF와 코스닥150 지수 관련 ETF 3종의 총보수까지 업계 최저로 내렸다. 그 결과 시장의 90%를 독점하다시피 해 온 삼성운용의
이에 중소형사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 인하에 따라 나서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중 가장 수요가 많은 상품이 코스피200 상품인데 여기서 점유율을 뺏기면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따라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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