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두고 국내 주식시장에선 눈치보기 장세가 최고조에 달했다. 시장 안팎에서 대체로 탄핵 인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혹시라도 기각될 경우 정국불안과 함께 투자심리가 냉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기관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졌다.
다만 롯데쇼핑이나 화장품 등 중국 관련주들은 반등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사드배치 재논의가 점화되면서 이들 종목에 우호적 여건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탄핵 인용 판결이 나오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으로, 기각될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초반 소폭 상승하며 2100선 돌파를 노렸던 코스피는 오전 11시 이후 약세로 돌아섰다. 장마감을 30분 앞둔 오후 3시 한때 다시 강보합으로 전환하기도 했으나 끝내 전일대비 4.35포인트(-0.21%) 하락한 2091.0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첫 선물·옵션 만기일인 이날 국내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물이 2000억원 넘게 쏟아진 것이 지수 약보합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투자 주체별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120억원과 4269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5978억원을 순매도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초반 약세로 출발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전일 종가(201만원) 그대로 마감했다. 포스코(-1.4%)와 LG화학(-1.3%) 등 삼성전자와 함께 연초 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던 종목들은 1% 넘게 하락했다.
반면 통신(SK텔레콤)이나 금융(KB금융) 업종 등 경기방어주들은 대부분 소폭 상승세를 띄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에 급락했던 LG생활건강(2.9%) 아모레퍼시픽(0.2%) 등 화장품주가 상승했고, 롯데쇼핑(1.2%)도 반등했다.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탓에 이날 시장에서는 정치 테마주의 급등락이 연출됐다. 박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EG는 8.9% 급락했다. 반면 우리들제약(14.6%) 바른손(17.4%) 등 '문재인테마주'와 백금T&A(3.7%) 등 '안희정 테마주'는 상승했다.
시장에선 이날 주식시장 혼조세가 10일로 예정된 헌재 탄핵 결정을 앞두고 눈치보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제유가가 5% 넘게 하락했고 중국의 경기지표도 부정적으로 나오는 등 대외 요인도 증시에 부정적이었던데다 기관투자자들이 탄핵 결정에 대해 혹시나(기각 가능성) 하는 우려 때문에 프로그램 매매 등을 통해 매물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경우 워낙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견고하기 때문에 매물을 소화하면서 결과적으로 보합으로 마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국내정치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사드배치 재논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이달 들어 10% 안팎 급락한 중국관련주들이 눈에띄는 반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1분기 실적개선 기대 종목까지 함께 오르면서 지수가 단기적으로 2150선까지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반면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국내정치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경우 정부의 사드 배치가 속도를 내면서 중국관련주의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고, 그나마 삼성전자 등 기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등락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본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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