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도 금감원에 `백기`…"자살보험금 지연 이자까지 지급"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이자까지 합해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2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자살 관련 재해사망보험금 일명 자살보험금 미지급액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자살보험금 총 지급액은 3337건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1740억원 규모다.
삼성생명 커뮤니케이션팀은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 차원에서 이같이 결의했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지급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또 올 1월에 밝힌 자살 방지를 위한 기부금 200억원도 수익자에게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달 2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삼성생명,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문책경고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같은 제재는 추후 금융감독원장 결재나 금융위원회 부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대표이사 연임은 물론 3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24일 주주총회에서 연임 승인을 받기 전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금감원 징계 조치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생명 역시 3일 정기 이사회에서 자살보험금 지급 방안을 긴급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도 삼성생명과 같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에 대해 일부 이자를 제외한 보험금 672억원 지급을 결정했다. 교보생명은 대법원에서 2007년 자살보험금 지급 판결 이전에 청구한 900여건에 대해서는 이자를 제외한 원금만 지급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이같은 결정으로 신창재 회장(대표이사)이 삼성과 한화생명과 달리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가 아닌 '주의적 경고'를 받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보험사들이 잇달아 금감원 제재에 백기를 들고 자살보험금 늑장 지급을 결정하면서 실리와 소비자 신뢰를 모두 놓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이라는 보험사 주장을 누가 곧이 곧대로 받아들겠느냐"고 반문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