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고공행진하던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나흘 연속 크게 떨어졌다. 이제는 시총 2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1일 이후 전날까지 4거래일만에 10% 가까이 떨어졌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39조3100억원으로 시가총액 3위인 현대차(32조1000억원)와 몸집이 7조원 넘게 차이났다. 하지만 이달 들어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꺾이면서 SK하이닉스는 33조4900억원(전일 종가 기준), 현대차는 32조7100억원으로 격차가 7000억원 수준까지 좁아졌다.
SK하이닉스의 부진은 최근 '피크(고점)' 논란에 시달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대표 수출주인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IT산업의 주력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은 달러화 기준으로 거래된다. 이 때문에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최근 주가 상승의 일등공신이었던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 물량을 쏟아낸 점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SK하이닉스에 무려 4900억원 가량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차익을 실현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기본적인 가치는 반영을 해놓고 고민을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SK하이닉스의 현 주가는 여전히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 하락, 중국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 아직 근거도 없는 가정을 바탕으로 피크 논쟁을 하기에는 이르다"면서 "22%에 육박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1.3배, 100%가 넘는 영업이익 증가율과 주가수익비율(PER) 6.2배 등을 고려하면 현 주가는 여전히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시총 순위가 역전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 역시 많지 않다. 최근 몸집 격차가 축소되긴 했으나 이는 SK하이닉스의 일시적 조정에 기인한 것이지 현대차가 추세적으로 상승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최근 현대차의 실적이
김연우 한양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업종은 기술적 반등 이상의 상승세 시현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신흥국 회복세가 더디고 질적 성장을 동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트럼프발(發) 불확실성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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