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팬클럽 활동에 열중하고 있는 A(25)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공연이 인터넷에서 투자금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에 생전 처음 P2P(Peer to Peer)업체에 투자를 결심했다. P2P업체에 대해서 잘 모르고 투자도 처음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일종의 후원금을 낸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정작 해당 업체의 사이트를 방문해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펀딩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아이돌 스타'로만 써졌기 때문에 혹시나 P2P업체가 허위로 채권을 만들어서 투자금을 모집하는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국내 최정상 아이돌 그룹 블라인드 펀딩' '최고의 한류스타 콘서트 펀딩'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아이돌 싸인회 개최 비용, 콘서트 비용 등을 모금하는 인기스타의 공연담보형 P2P대출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름있는 스타의 행사를 담보로 내건만큼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다만 소속사와 P2P플랫폼 업체의 입장차로 아티스트의 이름을 가리고 모금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출을 받는 소속사와 P2P업체간 입장조율이 어려워 공연의 주인공인 스타의 이름을 가린 블라인드 펀딩 형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P2P업체들이 늘고 있다. 일례로 한 P2P업체는 싸인회 자금 일정금액 이상을 투자할 경우 해당 아이돌의 싸인CD를 선물로 주지만 '국내 최정상 아이돌 그룹'이라는 언급뿐, 실명을 밝히기는 꺼려하고 있다. 실루엣 사진을 통해 해당 아이돌 그룹이 6인조라는 점,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업체명 등으 통해 어렴풋이 아이돌 그룹을 유추할 수 있지만 쉽게 가수명을 짐작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P2P업체들이 투자자들의 불만에도 블라인드 채권을 선보이는 이유로는 '소속사와의 온도차'가 꼽힌다. 보다 투명한 채권을 선보이고 싶은 P2P업체와는 달리 소속사로서는 해당 가수의 행사가 일종의 대출금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미지 실추 등이 있을까 우려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잠시 가수의 실명을 밝혀 상품을 사이트에 노출시켰다가 바로 내린 적이 있다"며 "해당 가수가 대출을 받는 연예인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어 소속사가 이미지 실추를 걱정해서 이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와 P2P대출이 아직 생소한 팬클럽 등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권이 실존하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 P2P투자자 커뮤니티에는 "B업체에서 채권을 모금하는 공연의 주인공이 아이돌 그룹 000같은데 확인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 "스타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대출자의 신뢰를 높이는 길인데 이를 왜 공개안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글을 심심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반면 투자자와의 신뢰를 위해 과감하게 공연명과 출연하는 가수들의 실명을 '통크게' 노출한 제작사도 있어 눈길을 끈다.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 마이다스이엔티는 P2P금융 피플펀드를 통해 힙합 콘서트 '쇼킹파티' 흥행을 담보로 한 대출채권을 선보였다. 이 소속사는 콘서트 이름은 물론 참여가수들의 실명을 공개해 매출채권의 신뢰도를 높였다. 1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공연 입장권 2매를 제공하는 만큼 공연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팬덤몰이나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박준수 피플펀드 중소기업여신 심사팀장은 "제작사의 적극적인 협조로 투자자들에게 보다 신뢰를 주는 채권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공연 담보형 대출을 선보일 경우 보다 투명한 채권을 선보여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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