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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중 기존에 은산 분리 완화에 찬성했던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외에도 민병두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다수의 야권 의원들이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혀온 친문재인계 의원들조차 일단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킨 뒤 은산 분리 완화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병두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대출을 하지 않는 상태로 시작하며, 기업대출이 비대면대출 채널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대주주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는 등 감시장치와 차단장치를 만들면 소비자 이익과 핀테크산업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은산 분리를 특별법 형태로 부분 완화해도 된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전화 통화에서도 "카카오나 KT 같은 큰 기업이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해 고작 몇 천억원짜리 은행을 만드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잘 출범해야 핀테크산업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소비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은산 분리 완화 반대파의 핵심 역할을 해온 이학영 민주당 의원도 지난 20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공청회에서 은산 분리 완화를 1년 후에 다시 검토하자는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국회 관계자는 "대기업 어느 곳도 은행을 하려는 데가 없는 상황이라 은산 분리 고수는 현시점에선 전혀 맞지 않는 시각"이라며 "인터넷은행에 한해 일괄적 사전 규제보다 사후 규제로 가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주류인 문재인계 의원들이 주도한 은산 분리 원칙 고수론이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고 있는 점도 분위기 반전의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지난 2일 민주당 이학영 의원과 전해철 의원 주도로 열린 토론회에선 은산 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인터넷은행을 저축은행처럼 축소 운영하면 된다는 주장이 나와 금융업계와 여론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한편 국회 정무위는 23일까지 심사를 거쳐 24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등 쟁점 법안 통과 여부를 의결한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그간 완강히 반대하던 의원들조차 한번 생각해보자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장 이번 심사에서는 통과가 어렵더라도 4월 임시국회 때는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산 분리 완화에 대해 찬성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더라도 산업자본의 보유 지분 허용 범위 등을 놓고 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 당장 특별법이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분율에 대한 의견이 의원들마다 달라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다"며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바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업계는 기존 은행 대항마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메기' 역할을 하려면 대규모 자본 확충과 투자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주요 주주인 KT(케이뱅크)와 카카오(카카오뱅크) 등이 증자를 통
■ <용어 설명>
▷ 은산 분리 원칙 : 비금융 회사가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이른바 '4% 룰'을 의미한다.
[정지성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