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양재 R&CD특구'를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인공지능(AI)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양재 R&CD특구 핵심 입지인 한국트럭터미널(옛 파이시티부지) 개발은 여전히 답보 상태여서 반쪽자리 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22일 시는 서초구, 강남구와 공동으로 '양재 R&CD특구' 계획안을 마련하고 초기 앵커시설로 4차 산업혁명 거점이 될 혁신허브가 오는 9월 개관한다고 밝혔다. 혁신허브에는 AI 등 4차 산업혁명 공간뿐 아니라 기업 간 협업과제 발굴을 지원하는 머신러닝센터도 들어선다.
앞서 지난해 8월 시는 이 일대를 연구개발(R&D)과 기업·인재를 연결(C)하는 '양재 테크시티'로서 ▲R&CD 코어 권역(aT센터·양재시민의 숲 일대) ▲지역특화혁신권역(중소 연구소 밀집 양재2동 일대) ▲지식기반상생권역(대기업 연구소·공공부지 일대) ▲도시지원복합권역(양재IC 일대) 등 네 권역으로 나눠 개발한다고 밝혔다.
도시지원복합권역은 하림이 지난해 4월 인수한 '파이시티' 부지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하림은 수도권 물류센터부지를 찾던 터라 이 땅을 물류센터로 개발할 것으로 관측됐고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6월 이 부지를 도시첨단물류 시범단지로 선정해 하림 측 구상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서울시는 달랐다. 시는 양재·우면 지역을 '연구개발' 메카로 만들 세부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파이시티 부지도 용적률을 최대 600%까지 높여 주고 대신 연구관련 시설을 연면적의 절반이상 확보케 했다. 다만 시는 '연구지원공간' 명목으로 관광호텔, 전시·공연장, 회의장을 넣을수 있게 열어줬다. 또 '오피스텔'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하림에서는 개발하려는 계획과 시의 도시계획 가이드라인 사이에 차이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발안은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림은 국토부와 서울시 계획을 따르다 보니 지하는 물류센터, 지상은 연구 지원시설로 컨벤션, 호텔, 공연장 등을 넣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독일 베를린의 중요 상업·주거·문화 복합지구인 포츠다머 플라츠를 방문해 도시형 첨단 물류단지 아이디어를 찾기도 했다.
하림 관계자는 "국토부는 파이시티 부지를 도시첨단물류 시범단지로 지정했고 서울시는 파이시티를 둘러싼 서초,우면 일대를 R&D메카로 육성하는 개발 방향을 잡고 있어 두 가지를 조화시킬 방법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하림은 지난해 5월 계열사 NS쇼핑을 통해 1800억원(평균금리 2.7%) 회사채를 발행해 부지 인수금액 4525억원을 조달했다. 기회비용은 빼더라도 회사채 이자만 연 50억원에 달하지만 현재 부지 일부만 주차장으로
파이시티 부지는 부동산 개발업체 파이시티가 2004년 매입해 사업비 2조4000억원을 들여 백화점과 쇼핑몰, 업무시설, 물류시설 등이 결합된 국내 최대 규모 복합유통업무로 추진됐다. 그러나 인허가가 늦어지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10년간 방치됐다.
[김기정 기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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