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상장사 실질가치에 따라 주가 수준이 오르기 시작하면 최근 5년째 이어진 지루한 '박스피(코스피가 박스권에서 맴도는 현상)' 탈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매매와 주가순자산비율(PBR)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은 철저하게 PBR 위주의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PBR가 1배 이하이면 주가 수준이 청산 가치보다 낮아 시장에선 해당 종목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 올해 들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 7개사는 PBR가 모두 1배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7곳의 순매수 금액은 1조6233억원에 달했다. 반면 외국인은 PBR가 1배를 넘는 종목 4곳(삼성전자·SK하이닉스·한국항공우주·한국타이어)을 집중 매도했는데 순매도 합산이 1조6180억원으로 순매수 상위 7곳의 금액과 균형을 이뤘다.
외국인이 올해 들어 1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코스피 종목은 11곳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15년 이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년(2016년·2017년) 연속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는 저PBR 종목은 딱 6곳으로 추려진다. 포스코, 롯데쇼핑, LG전자, 현대제철, 하나금융지주, KB금융이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며 이름을 올렸다.
ROE는 기업이 자본을 투자해 얼마만큼 벌어들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해당 기간 ROE가 늘어나면 자기자본도 늘어나기 때문에 꾸준히 ROE가 오르는 종목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 6개사는 작년과 올해에 직전 연도보다 더 많은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우량주인 셈이다. 6개사의 올해 수익률은 12.6%로 코스피 상승률(2.7%)보다 4배 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ROE가 매년 늘어나면서도 PBR가 1배 이하인 종목은 강한 주가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2012~2015년 대기업의 이익 정체기와 함께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작년부터 이익 개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코스피에 대거 저평가 종목이 출현했고 외국인이 이들을 골라서 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에 따르면 2015년 0.4%에 불과했던 포스코 ROE는 작년 7.4%에 이어 올해 8.2%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BR는 0.55배에 불과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에서 벗어난 다른 아시아권 철강사(베트남스틸 PBR 0.8배)와 비교해도 주가 수준이 낮다. 외국인이 작년에 이어 올해 포스코 주식을 3968억원어치 담고 있는 이유다. 주가는 올해에만 10.7% 상승했다.
현대제철도 2015년 5% 수준이던 ROE가 올해 9%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1756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매수가 이어졌다. 포스코보다 높은 ROE는 올해 주가상승률(11.4%)로도 증명됐다.
철강사 '투 톱'이 외국인 바구니에 담긴 또 다른 이유는 철강값 인상이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3월에 또다시 열연제품(건축이나 파이프용)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상승이다.
올해 들어 2128억원의 외국인 순매수가 몰린 LG전자는 한때 사양산업으로 인식됐던 가전사업이 살아나며 올해도 전체 ROE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작년 LG전자 가전사업 영업이익률은 7.7%로 세계 최대 가전회사인 미국 월풀(6.5%)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ROE는 14.7%로 예상되지만 PBR는 0.9배 수준이다. 저평가 분석이 나오면서 올해 주가가 19%나 올랐다.
올해 기대주 6곳 중 LG전자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