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상장사 10곳 중 5곳은 수익성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돈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이라는 대외 악재 여파로 기업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더욱 악화된 셈이다.
기업들은 '최순실 사태'를 틈타 기업을 옥죄는 상법 개정안이 속속 나오고 있어 올해 국내 기업들은 대내외 악재에 더욱 신음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매일경제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의뢰해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기업들을 중간 집계한 결과 상장사 151곳 중 절반 가까운 71곳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10% 넘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았던 기업 중 지난 9일까지 실제 실적을 발표한 곳이다.
조사대상 상장사 전체를 따져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사대상 151개 기업 전체 실제 매출액은 345조5458억원으로 시장 전망치 합산 355조3958억원 대비 2.77%가 적었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실제 영업이익 합계는 25조9546억원으로 시장 전망치 29조3576억원보다 11.59%나 낮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시장 전망치인 1조4405억원 대비 29.1%나 낮은 1조21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전력과 포스코는 각각 시장전망치 대비 47.1%와 32.4%씩 낮은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당초 흑자로 예상됐던 LG전자는 적자로 전환하면서 국내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대형 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는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예고된 대외 악재 중 실제 드러난 것은 사드 사태 뿐이란 점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해말 원화 약세 덕에 수출 대기업 실적을 밝게 봤지만 기대에 못미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는 아직 국내 기업에 현실화된 위협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원화 약세에 대한 시장 기대가 컸었던 게 사실이다.
정작 지난해 시장 기대보다 뛰어난 이익을 거둔 기업은 롯데쇼핑, BGF리테일, 이마트 등 내수 업종 기업이었다. 부진한 내수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선제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다. 지난해 잠재적으로만 거론되던 불안요인들이 올해는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노믹스'가 현실화되고 국내 정치권에서 집중 논의되고 있는 '기업길들이기용' 상법 개정 추세가 지속될 경우 내수·수출 가릴것 없이 국내 기업 실적이 험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기업 실적 전망 버팀목이던 삼성전자가 올해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인 8조2948억원 대비 11.2%나 웃돈 9조2208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삼성전자 실적을 제외할 경우 이번 조사대상 국내 주요 기업 영업이익은 전망치보다 20.55%나 낮아진다.
국내 산업계 양대축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실적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연관기업 실적까지 송두리채 흔들릴
[한우람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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