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매일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연초 5% 이상 매매 내역을 분석한 결과 유가증권시장에선 한화케미칼(국민연금) 삼영무역(피델리티자산운용) 등 화학주, 코스닥시장에선 이녹스(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고영(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반도체 부품주 매수세가 뚜렷했다. 코스닥에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이 각각 1%포인트 안팎 사들인 한국알콜과 태웅도 석유화학 제품 생산 업체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앞으로 상당 기간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투자 매력도 측면에서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삼성전자보다는 실적 대비 저평가된 관련 부품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지난해 3분기 말 이미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팔아 치운 상태다.
반면 코스맥스비티아이(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아모레퍼시픽(캐피탈그룹) 등 화장품주, 동아쏘시오홀딩스(국민연금) 유나이티드(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메디톡스(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제약주는 기관들 매도세가 나타났다. 싱가포르 투자회사인 TCH아쿠아리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전문 코스닥 상장기업인 파티게임즈 지분을 3.1%포인트 팔아 치웠다.
화장품·제약·게임주를 매도한 기관투자가는 주로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많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갈수록 노골적이고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금지령)' 여파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영자산운용은 유가증권시장에선 콘크리트 파일 생산 업체인 대림씨엔에스를 처음으로 5% 이상 매수했고, 코스닥에선 신재생에너지 기기 제작 업체인 일진파워를 6.7% 사들였다.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은 작년 말 일부 팔았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0.1%포인트 소폭 매수해 보유 지분율이 다시 10%를 넘겼다. 지난해 12월 0.1%포인트 비중을 줄였던 KT는 1월에도 0.3%포인트 지분을 줄이면서 1월 말 기준 지분율이 10.0%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외국인 주식 보유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인의 국내 상장 주식 보유액은 501조96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었다. 이는 전체 시가총액의 32.0%로 거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403조955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8.1%를 차지했다. 1년 사이 주식 보유액이 100조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외국인 주식 보유액이 늘어난 것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삼성전자 실적 호조 등으로 기존 보유 주식 가치가 상승했을뿐더러 신규 자금도 꾸준히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지난해 11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줄곧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7월 4조1110억원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8월 1조8510억원, 9월 1조6250억원을 각각 순매수
국가별로는 미국의 국내 주식 보유액이 지난달 말 206조50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액의 41.1%를 차지했다. 이어 유럽 142조3000억원(28.4%), 아시아 64조1000억원(12.8%), 중동 25조1000억원(5.0%) 순이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