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6년 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24.8%에 달했다. 서울은 무려 31.11%였고, 강남4구 재건축 대상 단지들의 매매가격은 연간 상승률 38.49%를 기록하며 폭주했다. 하지만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하락과 상승을 반복했고, 2013년 이후 전국과 서울 집값 변동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값도 2009년 이후 4년 동안 한 자릿수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두 자릿수(15.9%)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그 또한 연말 11·3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관리방안이라는 연타 규제로 인해 최근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초과이익환수제는 부동산 과열이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도입된 정책"이라며 "지금은 정부 규제 강화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제도 존폐 여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의 실효성과 위헌 소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014년 작성한 초과이익환수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 제정 후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된 단지는 4곳에 불과하다.
허태수 당시 국토위 수석전문위원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부터 준공까지 장기간 소요돼 부과 시점이 도래하지 않았거나 초과이익이 부담금 기준(3000만원 이상)을 초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주택을 매매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초과이익 환수를 별도로 실시하는 것이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또 재건축 개발이익의 정확한 산출이 어렵다는 점도 폐지론자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 |
이처럼 찬반양론이 팽팽한 상황이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회는 아직 제도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못한 상태다. 최근 국정 농단 사태 등으로 정국이 워낙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검토를 거론하는 순간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하지만 과거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나 유예를 강력히 반대했던 야권도 최근 들어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국토위 간사는 "아직 당 차원의 검토는 해보지 못했다"면서도 "사견을 전제로 제도 유예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영일 국민의당 간사도 "신중하게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실효성과 효과가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현 새누리당 간사는 사견을 전제로 "제도의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새누리당은 실효성과 위헌 논란을 근거로 제도 폐지를 주장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3년 유예'에 만족해야 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 예정대로 초과이익환수제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2014년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 포함시킬 정도로 의지가 강했던 점을 고려할 때 정치권에서 유예나 폐지 관련 논의가 시작되면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된 현시점에서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포퓰리즘적 경제공약이 난립하게 되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여권 지지 기반이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야권 후보 간 공약 경쟁이 심해지거나 여권 후보가 진보 성향의 공약을 내놓게 된다면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당론화했으며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토보유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역시 공약으로 언급된다면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정순우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