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ELS 발행액이 4조6000억원가량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1.25%의 저금리 상황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후 글로벌 경제 불안이 부각되면서 '중위험·중수익'을 찾아 헤매는 투자자들이 다시 ELS로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2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폭락으로 4조원이 넘는 지수형 ELS가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들면서 냉각됐던 ELS 투자심리가 살아난 신호라는 분석이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예탁결제원 통계 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ELS 발행액이 4조63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 발행액 2조9218억원에 비해 59%나 늘어난 것이다. 퇴직연금 용도로 연 2% 수익확정형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 발행이 집중되는 12월을 제외하면 2015년 8월(6조463억원)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투자자들이 ELS에 다시 몰리는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해외 주가가 전반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ELS가 연 5~6% 수준의 수익을 꼬박꼬박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만 4조원 넘게 조기상환이 이뤄졌는데, 이는 해외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던 작년 1월에 비해 10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조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 PB는 "현재 지수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서 새로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중위험·중수익 상품군 가운데 그래도 ELS가 가장 무난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1~7월 발행된 공모형 ELS 14조3918억원 가운데 80%인 11조4806억원이 조기상환됐다. 투자자들이 실제 벌어들인 수익도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환 고객의 평균 수익률은 2.6%다. 대부분 발행 후 첫 조기상환 기준 시점인 6개월 만에 상환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수익률은 5% 정도로 파악된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비교적 안전하게 설계된 ELS 상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기초자산인 지수가 발행 시점 대비 40% 이상 급락하지 않으면 6개월 만에 2.5~3% 수익으로 조기상환될 확률을 높인 일명 '리자드(도마뱀)형' ELS를 작년 5월 출시해 8개월 만에 각각 1조원 이상 팔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ELS가 박스권 장세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서 매력이 있지만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발생해 지수가 급락할 경우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가입 시점과 기초자산을 최대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작년 2월에도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홍콩 H지수가 7500선까지 급락하면서 해당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2015년 4~5월 사이 발행됐던 4조원 규모 ELS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ELS는 3년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4~5월 홍콩 H지수가 1만2000선까지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ELS가 최근처럼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하락에 대한 방어력이 있지만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면서 "1년 미만으로 방망이를 짧게 쥐고 수익을 실현한 뒤 상황 변화에 따라 재투자를 고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