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삼성동 사옥. [사진출처= 매경DB] |
1일 강남구 삼성동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공사장 앞. 삼성1동 상가번영회가 내건 현수막이 찬 바람에 펄럭였다. GBC 건립과 영동대로 지하개발 등 대형 개발호재가 맞물리면서 들썩거렸던 삼성동 상권이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GBC착공이 지연되고 직장인 수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GBC부지 블록에서만 최근 6개월새 한식당 4곳이 줄줄이 폐업했다. 인근 A식당은 하루 매출이 한전 이전 전 160만원에서 이전후 35만원으로 급감했다. A식당 관계자는 "월 임대료 500만원을 낼 여력이 없어 기존 직원 5명을 다 내보냈다"고 말했다.
B식당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B식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렴한 점심메뉴를 내면서 점심 손님은 늘었지만 정작 돈되는 저녁 손님은 늘지 않아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전부지를 매입해 최고 105층 건물을 짓는다 하고 서울시가 지난해 영동대로 지하개발과 국제교류복합지구 청사진을 제시할 때만 해도 삼성동 상권은 장미빛 전망에 물들었다. 한전 본사가 나주로 이전해 4600여명의 넥타이부대가 사라져도 큰 문제는 아닐듯 싶었다. GBC착공과 함께 건설현장 인력들이 최대 2만명에 달해 이들 수요가 대체할 것이라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동 일대는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수요를 기대하고 식당이 10여곳 추가로 들어왔다. 하지만 봉은사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 GBC 착공이 지연되자 이들 식당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착공을 위한 사전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올 하반기나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앞서 지난해 5월 한국수력원자력이 본사를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서 경주로 이전해 직원 1000여명이 빠져나간 것도 지역 상권에 큰 타격이었다. 아이파크타워는 2004년부터 임차하던 한국수력원자력이 나간 후 1~2층 상가와 오피스 7층을 제외한 전 층이 6개월 넘게 공실로 방치됐다. 아이파크타워를 소유한 현대산업개발이 신라면세점과 함께 이곳을 매장삼아 지난해 말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지만 면세점 특허 획득에 실패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비어 있는 아이파크타워 새 임차인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서울시·강남구·현대차 4자가 모인 자리에서 GBC공사 하청업체들이 지역 상권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며 "GBC 공사 때 최대 2만명 인부가 몰려 상권 활성화로 연결되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주들도 적정 수준 임대료는 꿈도 못꾼다. 빌딩중개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GBC블록 상가와 오피스 월 임대료는 3.3㎡당 6만~7만원 선이다. 이는 삼성동과 테헤란로 상가 임대료가 각각 3.3㎡당 15만원, 30만~45만원인데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반면 현대차가 한전 부지를 3.3㎡당 4억3900만원대에 매입하며 이 지역 공시지가는 급등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관련 재산세는 폭등했는데도 임대료는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지역 지상 5층 J빌딩은 건물주가 운영하는 회사 사무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비어있다. 이 빌딩 건물주는 "지난해 11월 임대료를 기존 금액에서 25% 깎아 내놨는데도 3개월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물주들은 영동대로 지하화와 GBC 호재가 실현될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빌딩 관리인은 "이 지역 건물주들은 건물 빚도 별로 없고 자존심도 센 편이라 임차인들이 임대료를 깎겠다고 나서면 아예 응대를 안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동 부동산에 정통한 한 공인중개사는 "GBC 인근 블록 건물주들은 전용 330㎡ 이상 되는 한 층을 전체 임대하는 방식에 익숙하다"며 "오피스를 쪼개 분할 임대하면 임차인을 구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돈이 급하지 않은 건물주들은 그대로 버티는 형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선임연구원은 "이 지역은 GBC 호재로 꼬마빌딩 소유주들이 임대수익에 급급한 상황이 아니라 현재 임대료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미래 개발호재 때문에 당분간 임대료 수준이 내려간다 하더라도 급하게 팔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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