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가 200만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데다 최근 배당 확대,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4차산업 혁명에 필요한 정보기술(IT) 핵심 부품 수요가 늘며 올해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 주가 오름세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맞춰 외국계 증권사들이 일제히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렸다. 26일 매일경제신문이 25~26일 국내외 증권사의 삼성전자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노무라증권이 새 목표주가로 270만원을 제시해 가장 높았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11월에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처음으로 250만원까지 올린 바 있다. 크레딧스위스는 265만원을 제시해 노무라 다음으로 목표주가를 높게 제시했다.
노무라증권과 같은 외국계가 삼성전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변화로 올해 뿐만 아니라 향후 몇년간 실적개선 수혜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PC 저장장치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빠르게 대체되고 디스플레이가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바뀌는 데 삼성전자가 주도주 역할을 하면서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36%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15곳의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평균 231만 1333원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이 242만원으로 국내에선 가장 높았고 대신증권이 227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반도체 분야의 실적 호조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지만 작년 3분기 실적 부진을 낳았던 스마트폰 분야의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상승세가 지속되고 2분기 갤럭시 S8 출시로 인한 이익증가 모멘텀이 예상된다"며 "주가는 여전히 상승여력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비수기 영향으로 소폭 줄어들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익 감소세는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여러 수치에서 삼성전자 주가의 추가 상승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삼성전자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없이 주가순자산비율(PBR)만 증가했지만 앞으로는 두 수치가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작년 영업이익이 29조2407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36조원에서 40조원 까지 증권사들이 예상하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와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9.6배 수준이다. 반도체 경쟁사인 인텔(13.1배), TSMC(13.3배), 퀄컴(11.6배)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디스플레이 경쟁사인 BOE(32배), 샤프(233.4배)보다도 낮다. 휴대폰 부문 역시 애플(13.4배), 소니(18배), 노키아(27배), 파나소닉(25.8배)에 비해서도 저평가돼있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투자 확대가 삼성전자의 점유율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중국은 2015년 이래 중국내 반도체 투자 규모는 1119억 달러(약 13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이 반도체 사업에서 나왔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점유율
여기에 '최순실 리스크'가 채가시지 않았다는 점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들이 여전히 수사선상에 놓여있는데다 구속으로 인한 경영 공백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문일호 기자 / 윤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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