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정비업체 등) 종사자들이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한 숨이 깊어지고 있다.
출동 지체로 혹여 고객 불만이라도 접수되면 협력사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물가는 오르는데 출동 수당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대형 손해보험사는 자회사를 통한 위탁계약으로 긴급출동 서비스에 따른 협력업체 수당을 대폭 깎아 지급하고 있어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긴급출동 후 고객의 서비스 요청 취소에 따른 수당 지급 문제, 출동거리가 5km 이내거나 출동시간이 10분 이내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 등 보험사와 협력 긴급출동 기사 간의 불공정 계약이 과거 대비 크게 개선됐으나, 수당 수준 등은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대형 손보사에서 현장 출동기사와 수당 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한 대형 손보사는 100% 출자한 자회사를 통해 긴급출동 협력사 기사 수당을 대폭 삭감해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원청: 손보사)가 협력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본사가 출자한 자회사와 협력사가 위탁계약을 맺고 긴급출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 때문인데, 수당은 본사에서 부담하지만 자회사를 통해 기사 수당이 대폭 깎여 지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구조로 긴급출동 서비스가 운영되다보니 본사에서 지급한 긴급출동 수당 중 상당액을 자회사가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취한다. 정작 현장에서 기름값과 시간, 노동력을 들인 협력사 기사들은 온전한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긴급출동 기사 A씨는 "본사에서 긴급출동 건당 3만7000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본사가 출자한 자회사에서 이것저것 떼고 1만원 정도를 실제 수당으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A씨는 "물가는 오르는데 출동 수당은 20년전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토로했다.
긴급출동이 한꺼번에 몰리거나 교통상황 악화로 출동이 늦은데 따른 고객 불만을 직접 해결해야 하는 고충도 있다.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직접 해결하지 않으면 긴급출동 계약 갱신 시점에 불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이 까닭에 긴급출동 기사 사이에서는 시간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달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불황은 짙어지고 경쟁은 심화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본사의 요구를 모두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긴급출동 기사들은 기름값은 오르고 오고 가고 출동비에 장비 유지비까지 한 번 출동에 1만원을 받으면 답이 안나오지만, 이마저도 끊길까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긴급출동 기사는 "낮에는 정비소에서 고정된 일을 하다가 저녁에 연락이 오면 긴급출동 서비스를 나간다"며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하지만 갈수록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때론 눈물이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몇몇 긴급출동 기사들은 유니폼 구입비를 본사에서 부담시킨다며 지나친 희생을 강요한다고 말한다. 본사 방침상 긴급출동 시 보험사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데 유니폼 구입비를 기사들이 부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출동기사 B씨는 "한 번 출동에 1만원을 받는데 유니폼 한 벌 구입비가 1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적어도 10번을 출동해야 유니폼 한 벌 값을 버는 기사에게 보험사에서 유니폼 값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너무하다는 얘기다.
긴급출동 기사들은 출동에 필요한 각종 장비도 보험사 지원없이 개인적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번 출동에 1만원을 받아서는 답이 없다는 하소연이 현장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다.
중소형 손보사 긴급출동 기사들은 처우가 다소 낫지만, 대형사 긴급출동 기사 대비
중위권 손보사 관계자는 "긴급출동 한 번에 2만원 가량을 기사에게 지급하고 있다"며 "대형 손보사 보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적은 만큼 출동 횟수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이같이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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