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동·동남아·남미 등 신흥국에 의존하던 기존 해외수주 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임기 중 1조달러 규모 공공 인프라스트럭처(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공약으로 내건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수혜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SOC 진출 전략 수립에 필요한 기초연구용역을 해외건설협회 및 미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에 이달 중 발주할 예정이다. 지금껏 성과가 미미했던 미국을 겨냥해 정부 차원의 전략이 수립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용역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이어오던 수주 관행을 밑바닥부터 바꾸기 위한 작업이다.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87억2361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공사 수주액은 7504억3180만달러다. 미국 수주 비중이 전체의 1.1%에 불과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수주한 17건의 프로젝트 중 발주처가 현지 기업이나 기관인 경우는 2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한국 대기업이나 KOTRA, 총영사관이 발주한 것이어서 해외수주로 보기 어렵다. 특히 12건은 현지 유명 전시회에 참여한 한국 기업, 공공기관의 전시관을 만드는 공사였다.
미국은 세계 건설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현지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선정한 '건설산업 글로벌 경쟁력 순위'에서 미국은 2011년부터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외국 기업에 쉽게 열릴 시장이 아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기획, 설계 등 프로젝트 초기 단계 경쟁력이 부족해 수주 경쟁력이 더욱 떨어진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우리 기업들에 "눈높이를 낮추고 시장을 세분화해 맞춤형으로 공략하자"는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선진국일수록 사업 경험(레퍼런스)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국 내 유명 기업이라도 현지 경험 없이는 일감을 구할 수 없다. 특히 중동·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초대형 공사를 수주해온 우리 기업들 눈높이로 접근해서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처음부터 큰 공사를 볼 것이 아니라 20~30m짜리 동네 교량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를 맡은 후 이를 정성껏 제대로 만들어 실적을 쌓고 입소문을 퍼뜨릴 수 있다"며 "공사 규모는 작더라도 한국 기업만이 가진 기술과 감성을 불어넣은 랜드마크를 만들도록 독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이번 용역을 통해 미국 시장을 주(州) 단위로 세분화해 분석할 계획이다. 같은 미국이라 해도 건설 관련 제도나 문화가 다르고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천차만별이어서 우리 기업이 정착하기에 용이한 지역을 선별하는 작업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공략할 주를 선별한 후 해당 주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까지도 이번에 조사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끔 현지 알짜 중소기업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건설외교를 지원하는 대외직명대사 임명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동, 아시아, 남미 등 지역별로 후보가 나올 수 있다"며 "장차관 출신이나 전직 대사 등 해외 수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 네트워크를 갖춘 분을 추천할 예정"이라고
국토부는 또 최근 글로벌 건설사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PPP(Public-Private Partnership:민관협력) 사업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정순우 기자 / 박태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