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과의 갈등에 화장품 종목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관련 성장 동력이 흔들리면서 주가가 줄줄이 신저가를 기록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업계 '큰손'인 국민연금은 이날 아모레퍼시픽의 지분 1.02%를 처분했다. 사드 문제를 놓고 중국의 '금한령'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성장 동력에 금이 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해석된다.
중국 당국은 한류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한 금한령에 이어 중국에 진출한 롯데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또 한국으로 떠나는 단체 관광객을 제한하기 위해 전세기 운항에 제동을 걸었다. 이같은 흐름은 중국인 관광객 축소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은 면세점 매출 비중이 25%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 사태로 성장 동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지난해 실적은 평년에 비해 크게 뒷걸음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장기적 성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다.
주가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공식화된 이후 35% 가량 하락했다. 44만원을 웃돌던 가격이 30만원선을 내주고 이날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김혜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국내에서의 화장품 소비 양극화와 중국 규제가 맞물리면서 한계에 부딪혔다"며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메가 브랜드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화장품 종목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모레G, 한국콜마도 같은 기간 하락세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모레G와 한국콜마는 31%, 45%씩 떨어졌다. 한국콜마홀딩스도 51%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토니모리는 38%, 코스맥스도 29%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종목은 4분기 실적보다는 올해 성장이 문제"라며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화장품 회사의 올해 총 영업이익 성장률을 16%에서 12%로 하향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이 꼽은 주요 화장품 회사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
안지영 IBK투자증권은 이에 대해 "화장품뿐만 아니라 중국 관련 업종의 부정적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화장품 업계는 브랜드 인지도,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략의 경쟁력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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