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규제가 집중되면서 자산 규모가 큰 대형 시중은행들의 '금리 메리트'가 떨어지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대형 은행이 소형 은행보다 예·적금 금리는 낮고,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는 더 높게 받는 흐름이 점차 강화되는 모양새다. 대출금리가 점점 높아지면서 금리에 예민한 대출 소비자들이 하나둘 주거래 은행을 떠나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소형 은행을 찾아가고 있다. 이 같은 '대형 은행의 역설'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은행에 집중되고 있는 각종 감독규제 시행이 내년과 후년 연달아 예정돼 있어서다.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시중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이 같은 비용 상승은 결국 대출금리 상승과 수신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비교 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은행권 금융상품 중 예·적금 금리가 높은 상위권 5위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은 상위권 5위 명단에서 대형 은행을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지방은행이나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4대 대형 시중은행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 총자산 2570조원의 50.7%인 1304조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고객 수만 3000만명에 달한다. 초저금리 시대에 고객들은 금리 자체보다는 접근성이 좋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는 대형 은행을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대출 소비자들이 0.1%포인트의 금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받을 은행을 선정할 때 4대 시중은행만을 놓고 비교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다른 선택지를 살펴보게 됐고 이 같은 틈새를 소형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감독규제 강화가 줄을 잇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금융회사 파산 시 주주뿐만 아니라 채권자도 손실을 함께 떠안는 채권자 손실부담(Bail-in)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자 손실부담이란 파산 상태에 빠진 은행 등의 채권자들이 보유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채권 일부를 상각해 파산을 막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회사를 살리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파산하면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지대한 대형 은행만을 대상으로 채권자 손실부담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채권자 손실부담 제도 도입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 결국 이자 인상으로 연결돼
금융위는 지난달 28일 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KB금융지주·농협금융지주를 시스템적 중요 은행지주로, 우리은행을 시스템적 중요 은행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들 은행은 2019년까지 매년 0.25%씩, 총 1%의 추가 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