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 자산운용사 CEO 5인의 새해 투자전략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칭기스칸' 펀드로 국내 대형주 투자에서 한 획을 그은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의 올해 시장 전망 핵심이다. 황 대표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 최고 투자 고수로 꼽히는 자산운용사 대표 상당수가 올해 수출 업종 중심의 대형주가 작년에 이어 반등을 이어가면서 코스피가 전고점(2011년 5월 2일 2228.96) 경신을 노려볼 만하다고 예상했다. 다른 고수들과 달리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만 지난해 크게 조정받은 화장품·헬스케어 등 중국 소비와 인구 고령화 관련주의 반등에 무게를 뒀다.
4일 매일경제신문은 강방천 회장,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 황성택 대표,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가나다순) 등 독립계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5인에게 2017년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을 물었다. 이들은 펀드매니저로 시작해 직접 자산운용사를 창업했고 지금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겸하고 있어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최고의 투자 고수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투자 고수들은 올해 주식시장이 코스피 2000을 바닥으로 2200 이상 박스권 돌파를 시도하는 강세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 저평가된 수출 대형주의 상승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최권욱 회장은 "작년 국내 상장기업 순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최대 12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국면은 강세장 진입의 초입이고 올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 기록을 깨볼 만하다"고 예상했다.
황성환 대표는 "1분기까지는 지수가 견고하게 하방을 지키면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2분기 이후는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정책이 현실화되는 2분기 이후 미국 경기·금리·증시 등 지표에 따라 우리 시장의 방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투자를 늘려야 할 유망 업종으로는 정보기술(IT) 화학 철강 등 미국 달러 대비 원화 약세 효과를 입을 수 있는 수출 업종, 금리 인상 수혜가 예상되는 은행 업종이 꼽혔다. 자동차 업종도 환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는 떨어진다는 의견이었다.
원종준 대표는 "중소형 종목을 무리하게 찾는 것보다 대형주 중에서 주가가 많이 빠진 곳을 찾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롯데케미칼 현대제철 등이 꼽혔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40% 이상 상승하면서 시장을 견인한 삼성전자에 대해 전문가별로 미묘한 시각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
원 대표는 "핸드셋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모든 사업부문 전망이 밝아 삼성전자 이익이 작년 대비 올해 30%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강방천 회장은 "스마트폰 부문에서 하드웨어 혁신이 거의 끝났고 반도체 부문의 미세공정 기술 차별화 역시 내년 하반기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황성택 대표는 "일단은 긍정적이나 어느 시점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느냐가 올해 투자성과를 가를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줄여야 할 업종으로는 화장품, 제약바이오, 음식료 등 중국 소비 관련 중소형 성장주가 꼽혔다. 지난해 큰 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다는 게 이유다.
황성환 대표는 "최근 중소형주가 반등하고 있지만 코스닥이 700까지 가기는 어렵고 어느 정도 상승하면 결국 수출주로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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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