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미국이 정책금리를 2018년 말까지 1%포인트 올릴 경우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월 말 기준 14.8%에서 14.3%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2018년까지 2% 올리고 국내 주택가격이 10% 떨어지는 '복합 충격'이 닥칠 경우 국내 은행의 BIS 비율은 12.8%로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손실과 대손충당금 부담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확장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에 주로 몰리면서 금융과 실물 간 괴리가 커졌다"면서도 "그나마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이 없었다면 하락 폭은 더 클 수도 있었던 만큼 현행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가계부채 등 리스크 요인에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저신용·저소득 다중채무자들이 안고 있는 가계빚이 8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의 취약 고리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출도 460조원을 넘어 향후 금리 인상기에 취약 계층 붕괴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9월 말 현재 전체 가계대출에서 저신용자(신용등급 7~10급)와 저소득자(소득 하위 30%)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4%, 11.1%에 달했다. 여기에다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동시에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중은 전체 대출자 가운데 30.7%로 조사됐다.
저신용자이거나 저소득자이면서 다중채무를 안고 있는 '취약 차주'의 가계대출 규모는 7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액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4%에 달하는 규모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가계대출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 금융권'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2금융권으로 빚이 몰려 부채의 질적 악화를 부추기는 '풍선효과'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한은 조사 결과 은행권에서 취약 계층에 대출해준 금액은 3.7%에 불과했다. 반면 저축은행을 비롯한 비은행권에선 취약 계층 대출 비중이 10%에 달했다. 그렇다 보니 전체 가계대출에서 비은행권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도 42.3%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사실상 1금융권 진입이 불가능한 저신용층의 경우 비은행권 대출창구를 찾는 사람이 전체 대출자 10명 중 7명을 넘는 것(74.2%)으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도 절반 이상(52.3%)이, 저소득층은 47.3%가 비은행권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로 변동금리로 취급되는 신용대출 점유 비중이 저신용층 38.9%, 저소득층 23.8%, 다중채무자는 27.1%로 전체 차주 평균(22%)보다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취약 계층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비은행대출과 신용대출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에 취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영업자들이 향후 한계 상황에 내몰릴 확률이 높다는 점도 입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64조5000억원이었다. 57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중 141만명이 빚을 안고
[전정홍 기자 / 부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