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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을 발의한 쪽에서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채무자의 방어권 확대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빚 독촉에서 다소 자유로워진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게 되면서 우량 고객까지 대출심사 강화, 대출금리 상승, 불법 추심 확대 등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 개정안(채권공정추심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채무자는 앞으로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모든 금융권 채권추심(빚 회수)에 채무자대리인을 세울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만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자의 빚을 받아주는 채권추심업체들이 직접 채무자를 만나 빚 독촉을 하지 못하고 채무자가 선임한 변호사(채무자대리인)와 접촉하도록 하는 제도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채무자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채무자가 채무자대리인을 선임하면 채권자는 채무자대리인을 통해서만 채무자에게 채무변제 독촉 등을 통보할 수 있다. 그동안 대부업체의 불법 빚 독촉 행위가 가장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대부업체부터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적용했는데 이번 개정안은 그 적용 범위를 전 금융사로 확대했다. 또 채무자가 변호사 외에도 비영리법인과 사회적 기업 직원을 채무자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채무자대리인 자격을 넓혔다. 정 의원은 "불공정하고 폭력적인 채권추심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방어권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어 채무자가 선임할 수 있는 대리인 범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 적용 대상이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면 채무자가 불공정하고 폭력적인 채권추심으로부터 벗어나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채권추심업체가 채무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직장동료 등 주변인에게 반복적으로 서면, 유선, 대면 등으로 접촉해 빚 갚기를 독촉하면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우려도 줄어들게 된다. 특히 주로 2금융권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는 일시적인 경영상 어려움으로 채무 상환이 밀리면 추심업체들의 강압적인 상환 요구에 직면해 업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 이때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활용하면 과도한 채권추심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채권추심업을 주업으로 하는 신용정보업체들은 개정안이 사실상 금융시스템 근간을 무너뜨리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희태 신용정보협회 회장은 "채무자대리인 제도 개정 법안이 도입되면 채무자들이 돈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의 확대 적용으로 채무자에게 직접 채무변제를 독촉하기 어려워지면 채무자가 채권이 소멸될 때까지 빚을 갚지 않고 버틸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지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대출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 또 채권 부실화 위험에 대비해 전반적인 대출금리 수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