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변하는 재테크 / 올 20개 투자상품 분석해보니 ◆
5년 전만 해도 공모펀드의 절반 수준에 그쳤던 사모펀드는 올 들어 처음으로 공모펀드 규모를 앞질렀다. 주식보다는 위험이 낮고 채권보다는 기대 수익이 큰 부동산, 인프라, 헤지펀드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는 사모펀드의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26일 매일경제신문이 예금, 사모펀드, 공모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주요 20개 재테크 투자상품의 올해 투자 증감액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은 사모펀드로 50조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은 250조4305억원으로 지난해 말(200조4307억원)보다 49조9998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221조2898억원에서 233조6994억원으로 12조4096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공모펀드를 앞선 것이다.
헤지펀드(3조3000억원), 부동산(9조5000억원), 특별자산(5조9000억원) 등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자산이 아닌 대체투자 사모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두드러졌다. 헤지펀드의 경우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도 공매도 전략을 통해 손실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부동산이나 특별자산(인프라·항공기·선박 등)의 경우 투자대상이 실물자산이고 꼬박꼬박 임대료 수입을 챙길 수 있어 일반적인 주식보다는 위험도가 낮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올해 자금이 많이 몰린 사모펀드 가운데선 채권(16조3000억원)과 MMF(9조7000억원) 등 저위험·저수익 상품 비중도 높았다.
MMF는 머니마켓펀드의 약어로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등 만기가 짧은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예금이자 수준의 수익을 제공하는 단기 펀드다.
예금(62조3000억원)과 공모형 채권펀드(4조4000억원)나 MMF(17조8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올해 안전자산으로 110조원가량 자금이 새로 유입됐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등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그만큼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기관 사모펀드의 경우 실제 투자주체는 연기금과 보험사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연금자산을 중심으로 투자자금의 기관화가 진행된 것이 사모펀드 시장 팽창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주가연계증권(ELS)은 올해 발행액(42조원)이 작년 발행액(77조원)의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면서 실제 투자잔액 증가폭은 2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 이외 원자재나 기업 회사채 신용도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되는 파생결합증권(DLS)도 잔액이 5000억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ELS나 DLS는 펀드와 달리 만기가 있는 상품이다. 보통 만기가 3년인데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상환된 자금은 대부분 재투자되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의 경우 투자잔액이 늘지 않은 것은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신규 투자자가 그만큼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모펀드의 경우 전체 잔액은 작년 말보다 12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단기 대기성 자금인 MMF가 18조원가량 증가한 만큼 MMF를 빼면 실제 잔액은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7조9000억원, 해외주식형 펀드에서 1조원가량 자금이 빠졌다. 저조한 수익률에 투자비용만 높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대안 상품 투자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기관들이 몰리면서 사모펀드의 인기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희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