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1199.1원)보다 3.9원 떨어진 1203.0원으로 이날 거래를 마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 1200원대'를 돌파했다. 원화값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8거래일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였고 장중 기준으로 지난 3월 11일(1210.3원) 이후 약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현재 달러당 원화값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전인 지난 14일(종가 기준 1169.7원)보다 30원 넘게 하락한 상태다. 이날 달러 강세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3.5%)이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과 유럽에서 지속된 테러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 선에 진입하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눈에 띄게 나타나 '1달러=1200원'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단기간에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우려도 덩달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원화값이 급락하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내수 부진이 촉발될 수 있고, 원자재 수입 부담이 증가해 기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외환당국도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시장 개입에는 아직 관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시장분석과는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과 관련해 특히 '1·3·7'이란 숫자에 집중하고 있다. △1달러=1유로 △중국 외환보유액=3조달러 △1달러=7위안을 찍는 시점이 앞으로 달러 초강세 흐름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달러 강세가 빠르게 지속되면서 이 세 가지 지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매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러 강세로 유로화가 최근 급격히 약세로 돌아서면서 2002년 유로화가 도입된 이래 최초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위안화도 빠른 속도로 약세를 보이면서 위안화 기준환율이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다만 이 같은 대외적인 불안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올해 하반기에만 12조원이 넘는 국내 코스피 주식을 매수하는 등 '바이코리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배미정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