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내년 8월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초대형 복합쇼핑몰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에 약 3800억원을 투자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신세계그룹이 손잡고 '스타필드 고양'에 총 7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신세계그룹이 자체적으로 3900억원을 마련하고, 국민연금은 이지스자산운용이 만든 부동산 사모펀드(PEF)를 통해 38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민간기업과 손잡고 대형 쇼핑몰 개발사업 투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투자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고용창출에도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한동안 중단했던 국내 대체투자에도 다시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이지스자산운용과 신세계프라퍼티는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21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신세계그룹과 국민연금은 '스타필드 고양'을 짓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지분을 각각 51%와 49%씩 나눠 갖게 됐다.
국민연금은 이번 투자로 연 9% 안팎의 배당 수익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적으로 지분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도 노려볼 만하다. 양측 간 계약 기간은 10년이며 이후 협상을 통해 5년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이 이미 완성된 형태의 유통시설에 투자한 적은 있지만 민간기업과 손잡고 개발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부분이 투자 결정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측은 국민연금 유치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외국계 기업 투자 유치 조건이 있어 미국계 부동산개발회사인 터브먼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고양의 경우 이 같은 제한 규정이 없어 처음부터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을 최우선 후보로 염두에 뒀다는 후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기 고양과 서울 서북부권을 아우르는 광역 상권을 등에 업은 스타필드 고양은 스타필드 하남보다 입지 여건이 더 좋아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축구장 50여 개와 맞먹는 크기로 들어설 스타필드 고양은 스타필드 하남에 이어 신세계그룹이 추진하는 두 번째 대형 쇼핑 테마파크다. 2017년 8월 오픈 예정인 스타필드 고양은 서울 은평·서대문구와 경기도 고양시를 연결하는 서북부권 상권 공략에 나선다. 연면적은 36만4400㎡(지하 2층~지상 6층), 용지 면적 10만㎡(2만7500평), 동시주차 가능대수 4500대에 달하며 스타필드 하남에 버금가는 쇼핑 테마파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쇼핑몰, 시네마, 전문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아쿠아필드 등 다양한 체험형 시설을 스타필드 하남보다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이번 투자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광역 상권을 아우르는 이른바 '슈퍼리저널 몰(초광역형 대형 쇼핑몰)'에 대한 큰손들의 투자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스타필드 하남의 성공을 계기로 해외에서 각광 받고 있는 초대형 쇼핑몰에 대한 국내 투자 기회를 엿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유수의 연기금·국부펀드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슈퍼리저널 몰' 투자가 이미 일반화돼 있어 프라임급 오피스빌딩 투자와 동급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해외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대형 쇼핑몰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핀란드 연기금 바르마(VARMA)와 손잡고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인근에 있는 대형 쇼핑몰 '스톡홀름 센트럼'을 5000억원에 인수했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과 공실률 상승 여파로 서울 도심권 오피스빌딩 투자를 주저하는 가운데 이 같은 대형 쇼
국민연금은 이번 투자에 앞서 지난 5월에는 GS리테일이 매물로 내놓은 '평촌 G스퀘어'에 이지스자산운용 펀드를 통해 약 1500억원을 투자했다. G스퀘어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이 입점해 있는 경기권 서남부 랜드마크다.
[강두순 기자 / 손일선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