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대표 주식형 펀드들이 평균 6% 가까운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2% 가까운 수수료가 손실에 녹아 있어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4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1.1%에 불과한데 펀드수수료는 이를 크게 웃돈다는 하소연이 많다.
20일 매일경제신문이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지난 19일 기준 설정액 상위 10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과 수수료를 분석한 결과 가중평균 수익률은 -5.81%이고 평균 수수료는 1.72%로 집계됐다.
수수료 가운데 판매 보수가 1.04%로 가장 비중이 컸고, 운용 보수가 0.63%였다. 부수적인 펀드 관리에 대한 사무수탁 보수가 0.05%를 차지했다.
설정액이 7795억원인 '삼성중소형FOCUS'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16.09%인데 연간 수수료가 2.16%다. '메리츠코리아' 펀드는 지난해 1조원 넘게 팔리면서 국내주식형 펀드 가운데 설정액 기준 세 번째로 커졌지만 올해 -23.28% 손실을 냈다. 이 펀드의 연간 수수료는 1.79%에 달한다.
해외펀드 투자자들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설정액 기준 상위 10개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61%, 수수료는 2.03%였다.
2% 넘는 높은 수수료만 없었다면 펀드 운용에서는 수익을 내는 구조였던 셈이다. 올해 해외주식형 펀드는 중국 펀드의 성과 부진이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11.35%),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14.95%), '신한BNPP중국본토RQFII'(-19.87%) 등 중국 펀드 대부분이 10% 이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들 펀드에서는 일제히 연 2% 수준의 수수료가 차감됐다.
해외주식형 펀드 가운데 가장 '투자비용'이 높은 펀드는 'JP모간러시아' 펀드로 연간 2.42%에 달한다. 이 펀드는 그나마 올해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반등과 맞물려 러시아 증시가 호조를 보인 덕에 수수료보다 훨씬 큰 40% 넘는 수익률을 올리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피해갈 수 있었다. 해외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슈로더유로'(6887억원) 펀드는 올해 1.48% 수익률을 기록 중인데, 여기에는 수수료가 2.32%나 반영됐다.
형편없는 수익률에도 고정으로 빠져나가는 비싼 수수료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점차 공모펀드에서 떠나고 있다. 2008년 말 130조6708억원까지 커졌던 공모펀드는 작년 말 69조2270억원으로 7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9일 기준 62조7759억원으로 1년 사이에 6조원 넘게 줄었다.
반면 주식 매매와 같은 거래수수료(평균 0.015%)를 제외하고는 별도 판매 보수가 없고 운용 보수도 0.5% 수준으로 저렴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2011년 말 9조9065억원이던 ETF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21조6300억원으로 2배로 커졌다. 올해 들어서도 24조7148억원으로 1년 사이에 3조원 이상 커졌다.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손쉬운 간접·분산투자 수단으로 펀드 상품의 가치는 여전하다"면서 "다만 저금리 기조로 펀드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판매수수료나 운용 보수 등 투자비용이 낮은 온라인 펀드나 ETF에 대한
펀드 상품이 고객 수익률과 상관없이 수수료 수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성과보수형 공모펀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고정 판매·운용 보수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성과가 많이 났을 때는 운용사와 판매사가 성과 보수를 챙겨가는 형태의 펀드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