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광일 석미건설 대표(사진)의 말이다. 건설사 대표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현장을 중시하는 그는 분당 사무실보다 아파트 공사장을 더 자주 찾는다.
1989년 문을 연 석미건설은 임대아파트를 주로 짓는 중견 주택건설업체다. 충남 천안개나리아파트(1994년 준공)를 시작으로 아파트 공사를 본격 시작한 이후 '모닝파크'라는 이름을 달고 주로 강원·충청 일대에서 임대주택 단지를 지었다.
사람들이 '아파트 지금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할 때 심 대표는 '굳이 안 사도 된다'고 말한다. 그는 "공급과잉 지적이 나오고 있는 대구·충청 등지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금은 오르지만 매매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라며 "집은 재테크에 앞서 '사람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세입자든 공급자든 '임대'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수의 투자자가 몰리는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 외에 다수의 실거주자가 모이는 지방 산업단지 인근이야말로 주택시장의 '산 주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내 집 마련' 즉, 매매와 분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심 대표는 "그간 임대주택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짓는 아파트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중산층 대상 '뉴스테이'(기업형 민간임대주택)나 서울 강남권 월세 아파트를 보면 임대 시장의 폭은 다양하다"며 "건설사들의 공사·건축, 평면 설계기술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임대아파트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데다 상품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쫓기듯 내 집 마련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임대상품은 '분양 전환형 임대'다. 입주자들이 전세나 월세로 5~10년간 살아본 후 분양을 받는 식이다. 입주 초기에 분양잔금을 치러야 하는 일반 분양아파트와 달리 분양 전환형 임대는 임대료를 내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덜한 반면 내 집 마련 기회도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올 1월 임대시장에 나온 강원 '동해북평 석미모닝파크'와 5월 시장에 나온 충북 '광혜원석미모닝파크'는 두 달여 만에 계약을 끝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임대주택시장은 실수요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른바 '11·3 규제'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심 대표는 "시장이 그간 분양 위주로 돌아갔기 때문에 실수요가 아닌 투자자와 공급자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도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중소 건설사들이 임대주택 상품 개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에 더 관심을 가지게
내년에도 심 대표의 관심사는 임대주택이다. 그는 "사업하는 사람이 수익성을 무시할 순 없지만 투자자들보다는 실수요자들이 살기 좋은 임대주택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석미건설은 사회취약 계층을 위해 강원 철원군에 임대주택 임차권을 맡기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