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인사가 모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고 있다” “한 정부 인사가 ‘내부 출신 모 임원이 유력하다’는 말을 했다”
오는 27일 임기만료 되는 IBK기업은행장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청탁·내정설 등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 노동조합에서는 거론 후보들에 대한 ‘인사 백지화’를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빠르면 이번 주 내로 IBK기업은행 후임 행장을 제청할 예정이다. 현재 기업은행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김규태 전 전무와 김도진 부행장, 금융감독당국 출신 외부인사 1명 등이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낙하산 인사 등 관료출신 후보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 시국에서 친박 등에 의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 내부 인사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거론되고 있는 ‘내부인사 후보들’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수장의 공백상태 장기화’를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최근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금융위가 김규태 전 기업은행 전무이사, 김도진 부행장과 관료 1명을 추천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그 배후에 현정부 실세와 친박계가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김규태 전 전무이사, 김도진 현 부행장 및 관료 1명을 후임 기업은행장으로 추천한 바 없다”며 “성명서에서 언급한 모임도 전혀 가진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위 발표와는 다르게 당사자로부터 ‘본인은 들러리를 섰을 뿐’이라는 폭로가 있었다”면서 “3명 중 1명의 측근에서 곧 (행장 관련) 인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충격적인 것은 최근 금융위 고위관계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법에 따라 (행장 후보를) 제청한 것”이라며 후보 추천 사실을 인정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5년여 전에 체결한 공중전화 부스에 ATM을 접목하는 ‘길거리 점포’ 사업이 행장 인선과정에서 수면 위로 부각하고 있다. 최근 유력 행장 후보와 관련 업체 CEO가 접촉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커넥션 의혹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ATM 운영으로 인한 손해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자 축소하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부스 제작비까지 전액 용역료로 처리하면서 ATM을 대폭 늘렸다. 이러한 사업배경에는 ‘큐브인사이트’라는 회사가 지목되고 있다. 이 곳은 최근 해운대 엘시티(LCT) 금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13년부터 1년 여간 자문위원을 맡았다. 이러한 사안들을 놓고 기업은행 노조는 이미 내정이 기정사실화돼 있는 행장 인사를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이 같은 노조의 거센 반발을 두고 ‘(노조에서) 원하는 내부 후보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임원들의 경우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반면 후보군에 거론되지 않고 있는 부행장들은 상대적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행장 후보들은 모두가 적합하지 않다. 누가 새 행장이 되든 엄밀한 검증절차를 거쳐 적합한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검증이 중요하므로 인선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의해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선임·해임한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의 인사권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후임 인사가 쉽지 않을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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