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16일 현대카드 ‘해커톤 The beginning’에 참가한 임직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해커톤(Hackathon)은 ‘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로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가 협업해 24시간 동안 결과물을 만들고 다양한 문제 해결방안을 도출·공유하는 이벤트다. 국내 금융사가 해커톤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 15일 오전 8시 30분부터 16일 오전 9시까지 현대카드 본관 컨벤션홀에서 24시간 동안 진행됐다. 행사에는 총 12개팀, 44명이 참가했다.
현대카드의 ‘해커톤 The beginning’은 디지털 업무 관련자를 제외한 일반 직원들이 현대카드가 강조하는 디지털 컬쳐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초 해커톤은 IT기업의 전유물이었다. 해커톤은 IT 기업들이 보안 취약점을 찾거나 서비스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집할 때 활용했던 이벤트였다. 금융사가 해커톤을 실시한 이유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해커톤의 본질인 ‘디지털 아이디어’는 더 이상 IT 기업에게만 국한 된 것이라 할 수 없다”면서 “기본적인 사고와 연애, 소비와 생산 등 모두 디지털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없어 우리의 피부와 목소리가 닿는 모든 영역에 디지털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금융사에게 디지털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에 대해 현대카드는 ‘디지털 DNA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현대카드는 지난해 10월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새로운 BI(Brand Identity) 구축과 함께 ‘락앤리밋(Lock & Limit)’, ‘가상카드번호’, ‘페이샷(PayShot)’ 등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전개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내부적으로 디지털 DNA를 더욱 강화해 디지털을 실체화하려는 첫 시도가 ‘해커톤 The beginning’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번에 진행된 ‘해커톤 The beginning’에는 서로 간의 벽이 없었다. 각각 다른 직군으로 구성된 팀원들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서슴없이 내놨고, 팀원들은 협력해 그것의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나갔다. 개발자만으로 구성된 팀은 UI디자인이 가능한 다른 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고 다른 팀과도 서로 도와가며 상상을 실체화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긴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은 현대카드의 사업과 다소 동떨어지는 아이디어도 있었으며, 카드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현대카드의 주요사업과 연결되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각 팀들의 공통 키워드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트리밍, 딥러닝 등이 제시됐다.
16일 오전에는 예선심사가 진행됐다. 3인의 평가단(김건우 상무, 박수정 이사, 김학민 이사)은 각자 12개 팀의 테이블을 확인하며 밤샘 마라톤의 결과물을 심사했다.
평가단은 흥미(FUN), 기술의 조화, 혁신성 등을 기준으로 12개팀 중 6개 팀을 선정했고, 임직원 투표를 실시해 득표수에 따라 1등부터 3등까지 결정했다. 그 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한 팀을 추가 선정해 총 4개의 팀이 수상했다.
투표수 1위를 수상한 비봉팀의 주제는 음악 추천 서비스였다. 매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나왔을 때 느꼈던 감동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로, 매장에서 방문자의 표정과 얼굴분석을 통해 음악 추천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발표했다. 정 부회장이 선정한 LOL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상황인지 음성 안내 도우미를 실제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들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오승필 현대카드 디지털 사업본부장 상무는 “해커톤을 성공시킬 수 있는 키는 잘 모르지만 어떻게 하면 망하는 지는 확실히 안다"면서 "축제가 아닌 경쟁이 되거나, 벽을 허무는 시간이 아닌 팀만의 시간이 된다면 그게 바로 망하는 것”이라고
한편 정 부회장은 “디지털 DNA를 만들기 위해서는 FUN, 열정, 관심 등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해커톤 The beginning’ 개최에 따라 현대카드가 디지털 DNA를 구축하기 위한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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