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큰손들의 2017 투자전략 / ③ 이상호 군인공제회 CIO ◆
군인공제회는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이자가 높은 아시아 신흥국 국채나 우량 회사채에 적극 투자해 '저위험·고수익'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이상호 군인공제회 금융부문 부이사장(CIO)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두세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금리 상승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른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선진국보다는 오히려 아시아 신흥국의 채권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선진국 금리는 동반 상승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아시아 신흥국 금리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금리가 올라갈 경우 채권 가격은 하락해 채권 투자자는 평가손실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아시아 신흥국 채권 중에서는 인도 채권을 1순위로 꼽았다. 이 CIO는 "인도는 6%대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커가는 시장인 데다 환율도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라면서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여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도 영향을 덜 받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군인공제회는 올해 들어 전체 250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 투자액 중 1000억원을 인도 채권에 별도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나머지 1500억원을 기존 선진국 등 글로벌 채권에서 뺀 뒤 신흥국 채권에 넣을 계획이다. 인도 이외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향후 1~2년간 안정적인 금리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CIO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을 보면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실생활에서도 신흥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해외 핵심 생산 거점이 베트남이다 보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베트남 경기가 덩달아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갤럭시노트7 사태에도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글로벌시장 점유율 2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프라와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 확대 기조도 지켜나갈 계획이다.
내년에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게 되면 자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어 손실 위험이 큰 지분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메자닌이나 선순위 대출채권 투자에 주력하겠다는 복안이다.
해외 사모대출펀드(PDF)와 부실채권(NPL)시장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CIO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 규제로 현지 은행권 대출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경기 변동성이 큰 유럽에서 투자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군인공제회는 내년 초 해외 PDF와 NPL 펀드 출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유망 틈새시장으로는 대만 배당주를 꼽았다. 이 CIO는 "대만 주식은 평균 배당수익률이 3.6% 수준에 이를 정도로 배당성향이 높은 편"이라며 "이를 감안해 1조원대 주식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대만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에 신규 투자하는 방안도 최근 고려 중이다.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군인공제회는 내년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에 약 6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 5조2524억원에 달한 대체투자 금액은 내년에 6조원 규모에 근접하게 된다. 같은 기간 주식은 1조1297억원에서 1조1051억원으로 줄이고, 채권은 1조1873억원에서 1조2009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 진행한 투자 중에는 '항공기 펀드'를 가장 기억에 남는 투자 건으로 선정했다. 이 CIO는 "군인공제회 설립 이래 최초로 항공기 투자 2건을 진행했다"며 "실물 대체투자 영역을 넓힌 계기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1월 우정사업본부, 행정공제회와 함께 중화항공이 운항 중인 항공기 2대를 약 2100억원에 매입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CIO는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개별 종목 지분율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시간을 두고 도입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내 군인공제회의 총자산은 전년(9조4829억원) 대비 4%가량 증가한 9조8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총자산은 10조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 이상호 부이사장은…
1960년생으로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옛 조흥은행에 근무하던 당시 뉴욕 플러싱지점 부지점장과 기획부 재무기획팀장을 지냈다. 신한은행으로 합병된 이후 부행장인 경영기획그룹장과 리스크관리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군인공제회 경영기획 부이사장(CFO)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금융부문 부이사장(CIO)을 맡고 있다.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