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대표주인 현대중공업·포스코·두산중공업의 2012년 이후 주가 상승폭과 하락폭은 달랐지만 주가 흐름은 같았다. 세 종목의 주가는 2012년 1분기(1~3월)에 정점을 찍고 작년까지 하락하다가 올해 상승 반전하고 있다. 기술적 분석으로 보면 2012~2015년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올해 주가 반등 강도가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세 종목 주가가 산업경기 선도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올해 이들이 상승 흐름을 탄 것은 코스피 상승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2012년 이후 지난달까지 코스피는 박스권(1800~2000)을 형성하고 있다가 이달 2000선을 돌파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으며 향후 경기가 좋을 것을 감안해 주가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를 연달아 인수하며 M&A '큰손' 역할을 해왔던 현대중공업은 2012년 외항화물운송업체 '하이골드8호' 인수를 끝으로 사업 확장을 중단한 상태다. 조선업 침체로 재무건전성이 위협받자 작년 9월 보유 중인 현대차 지분을 매각해 5000억원을 확보하는가 하면 올 6월 말 기준으로 현대아반시스를 1년 내 매각 예정 회사로 돌렸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희망퇴직으로 직원 3700명을 줄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회사를 6개로 쪼개 독립경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구조조정으로 재무지표도 호전됐다. 현대중공업의 순차입금은 작년 말 9조원에서 올 상반기 기준 7조원으로 줄었다. 부채비율도(182%)도 같은 기간 200% 밑으로 떨어졌다. 연초 이후 12월 1일까지 외국인은 현대중공업을 2234억원 순매수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포스코는 2014년 포스코파워 인수 후 M&A시장 출입을 끊었다. 이후 자회사 포스화인 매각, 포스코특수강 지분 매각, 자회사 희망퇴직 실시로 현대중공업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로 주가가 최근 52주 신고가 행진을 하다가 13일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로 주가가 전날보다 5% 하락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미국 에너지저장업체 원에너지시스템스를 인수해 4년 만에 M&A 시장으로 돌아왔지만 그 규모가 수백억 원대에 불과한 '스몰 M&A'다.
최근엔 매수자에서 매도자로 돌아선 모습이다. 작년 6월 프랑스 건설장비업체 몽타베르를 매각했고 지난 3월 손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를 1조1300억원에 정리했다. 이들 그룹과 달리 M&A를 주도한 삼성그룹과 SK그룹은 하반기로 갈수록 시총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초부터 상반기까지 시총이 302조원으로 변동이 없다가 올 하반기(12월 1일 기준) 반도체 경기 호황과 미국 자동차 전자장치 기업 하만 인수로 14.8% 증가했다.
올해 동양매직을 인수한 데 이어 1조원대 대성가스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SK그룹도 시총 증가율이 상반기(-0.8%)에 비해 하반기(17.5%)가 좋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구조조정주(株)의 압승으로 끝나겠지만 M&A주는 하반기 상승하기 시작한 데다 내년에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주목된다"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