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코앞에 두고 주식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가 원수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인만큼 증시 방향성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촉발된 이후로 박스권에 머물렀다. 미국 대통령 선거, 유럽의 정치적 이슈들과 맞물리면서 ‘지켜보자’라는 관망심리가 짙게 깔렸다. 삼성, 롯데 등 대기업들이 얽힌 비리형 사건인데다가 국정 기조였던 문화융성, 창조경제 등이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날 오후 3시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단기적인 변동성은 확대되라도,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부담이 가중될 수는 있지만 현재 엉망이 된 정국을 바로 잡는 첫걸음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고 경제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2004년 3월 12일에는 코스피는 장중 5.50% 폭락하면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관리제도)가 발동했다. 그러나 곧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4월 6일에는 900선을 넘으며 탄핵안 발의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탄핵안이 가결되도 잔존하는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브라질 탄핵 과정을 보면 불확실성 해소가 결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2004년 탄핵이 ‘정치 탄핵’이었다면 이번에는 ‘비리 탄핵’”이라며 “정부와 기업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에 와있다”고 말했다.
반면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증시에 불어닥칠 후폭풍은 예측하기 어렵다. ‘캐스팅 보트’인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합류하면서 가결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예측과 다른 결과가 도출되면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또한 국민의 다수가 탄핵 가결을 지지하고 있어 탄핵안 부결되면 시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낮지 않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이 국회 반대로 무산되면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불안해할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며 “부결 때의 후폭풍은
이와 함께 탄핵 부결이 ‘세월호 사건’처럼 국내 소비를 위축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시위에 나섰던 국민들이 자괴감에 빠져 소비가 부진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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