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한달 동안 국내 펀드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시대 달라진 투자지형도가 펀드 투자자들의 움직임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채권의 경우 트럼프 시대 대규모 재정정책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이같은 기조는 내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주식은 올해 기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안팎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조정을 받자 저가매수 차원에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최근 한달 동안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1조482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는 1조4041억원 늘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채권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국내주식형 펀드로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주식형 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대부분 시장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코스피200 지수 ETF로 7260억원,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로 6879억원의 자금이 각각 들어왔다. ETF는 기관이나 개인들이 주로 단기 투자수단으로 활용한다.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에 중장기 목적 투자라기보다는 조정에 따른 저가매수 성격 자금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펀드공시팀장은 “채권형펀드는 올 들어 10개월 연속 자금 순유입이 이루어졌으나 지난달 처음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면서 “강달러 수혜를 누리는 미국 펀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지닌 해외채권형 펀드에 비해 국내채권형 펀드는 자금 이탈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해외 펀드의 경우 주식형과 채권형에서 각각 2371억원과 852억원씩 설정액이 감소했다. 주식형 펀드에서는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 각각 500억원 가량 차익실현 자금이 빠져나왔다. 반면 미국(133억원)과 인도(177억원) 주식형 펀드로만 각각 100억원 이상 자금이 유입됐다.
기타 자산에서는 원유, 금, 천연자원 펀드로 합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원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구리 등 천연자원은 트럼프의 대선 공약인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가 원인이다. 금 펀드는 트럼프 당선 이후 금값이 10% 가까이 단기 조정을 받자 인플레이션 헤지용도로서 저가매수 자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권(CD)같은 단기 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로도 한달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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