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중은행은 "대출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촉발시키고 대출 리스크가 큰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 오히려 취약계층이 대출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시중은행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가계부채 후속 대책 태스크포스(TF)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계·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 변제 순서를 원금부터 하도록 하는 대책 도입에 나섰다. 현재는 대출을 상환할 때 저당권 등 대출 실행에 투입된 비용, 원금에 붙는 이자, 원금 순으로 갚아야 하는데 이 순서를 비용, 원금, 이자 순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은행 가계부채 증가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점검하기로 한 8·25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인 동시에 최근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데 따른 후속 대응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 등에서 관련 대책에 대한 요청이 먼저 있었다"며 "대출 연체자 지원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방안의 핵심은 이자 지급을 사실상 유예해 줌으로써 대출금 상환을 연체할 경우 페널티 형태로 붙는 연체이자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현재 주담대를 받은 차주가 한 달간 이자를 연체하면 은행에서는 기존 대출금리에 6%포인트 정도의 금리를 더한 연체이자를 물린다. 연 4%대 주담대를 빌렸다고 가정할 때 이자를 연체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연체이자를 합쳐 연 10%에 달하는 살인적인 이자를 내야 한다. 연체 날짜가 길어질수록 페널티로 내야 하는 연체금리는 급격히 높아진다. 연체가 3개월을 넘어가면 연 8%포인트, 이후에는 최고 11~15%포인트까지 가산된다. 차주 입장에서 연체이자까지 합쳐 원리금을 상환하기 힘들다. 이때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원금이라도 갚도록 유도해 기존 대출금에 대한 이자와 연체이자 지급 부담을 경감해주면 차주 입장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확 줄어들게 된다.
은행들은 한계차주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부작용이 큰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 우선 상환으로 연체이자가 줄어들면 그만큼 은행은 손해를 보게 된다"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 대출절벽이 생길 것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